(edaily리포트)쇠고기 `굴욕 협상` 오명 벗을까

by박옥희 기자
2008.04.30 17:38:13

[이데일리 박옥희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과 관련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일각에서는 '굴욕적 협상''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은 협상'이란 비난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면 '쇠고기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은 과장됐다'는 등의 반응도 없지 않습니다. 협상은 끝났지만, 정부는 이제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더 큰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시작했을 때부터 관련 기사를 담당해 온 경제부 박옥희 기자가 전합니다.

5월 중순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아무런 제한 없이 우리나라에 들어옵니다.

당초 한미 양국은 30개월 미만의 뼈 있는 쇠고기까지만 수입을 허용하고, 미국이 강화된 사료 조치를 연방 관보에 공표만 하면 30개월 이상의 뼈 있는 쇠고기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모든 동물사료에 생후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와 척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30개월 이상의 뼈 있는 쇠고기도 들어오게 됐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개방된 것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놓고, 쇠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반발 여론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에서 강화된 동물성 사료 제한 규정이 12개월의 유효기간을 거쳐 내년 4월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1년 동안은 강화된 사료제한 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30개월 이상의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졸속 협상`이라는 비판이 식지 않는 이유에는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측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은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부여 받았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고, 강화된 사료제한 조치는 우리가 덤으로 얻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가 시행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개방을 허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현재 광우병 위험이 어느 정도 과장됐다는 생각도 있지만 아무래도 꺼림직한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고, 최근에는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이 의심되는 사건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가 육류 원산지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음식점, 학교 급식 등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인지도 모르고 미국산을 먹게 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청와대는 "청문회에서 농식품부 장관이 필요성을 설득하면 국민들도 납득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연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쇠고기 협상에 참가한 농식품부 관계자들이 그 기대에 부응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는 그동안 농식품부 직원들로부터 정운천 장관의 '달변'에 대한 칭찬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9일 열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정 장관의 모습은 '달변'이기는커녕 국민들을 설득시킬수는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했습니다. 그나마 정부를 한번 믿어보자는 국민들의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게 했습니다. 

이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쇠고기 등 육류의 원산지 표시 단속과 관련 학교 급식, 대기업 직원식당 등에 대한 단속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정 장관은 머뭇거리면서 바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결국 답한 것은 "현재로는 법으로 규정 안 돼 있다"는 것이었다.

답을 알고 있으면서 즉답을 안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강 의원으로부터 "그것도 모르고 앉아 있느냐"는 따가운 질책을 받았습니다. 여야는 공방 끝에 오는 7일 농해수위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과연 이 자리에서 정부와 여당이 불안해 하는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