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살해 혐의' 김신혜 변호인 "양주에 약물 희석? 법정 검증 요구"
by이재은 기자
2023.06.28 14:51:51
“부검 결과, 다량 약물복용 흔적 없어”
“10분 안에 확인 가능, 약사진술 왜곡”
아버지 살해·시신 유기 혐의 무기징역
“‘동생이 죽인 듯’ 말에 거짓 자백했다”
경찰 부적법 수사에 2015년 재심 결정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존속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김신혜(46)씨의 변호인이 재심 재판에서 수면제를 탄 양주가 범행 도구로 쓰일 수 있는지 법정 검증을 요구했다.
| 배우 시절 김신혜씨 사진(좌), 재심 공판준비기일 출석을 마치고 법무부 호송 차량으로 이동 중인 김신혜씨 (우)(사진=본인/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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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28일 오전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박현수) 심리로 열린 재심 공판준비 기일에서 “약물을 양주와 함께 먹게끔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희석도 잘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부검 결과에서는 위에 다량의 약물을 복용한 흔적이 없었다”며 “경찰에서 약사의 진술은 과장되고 왜곡됐다”고 했다. 이어 “10분 안에 확인 가능할 것”이라며 “다량의 약물을 양주에 희석해 먹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법정에서 확인해보자”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부검 감정서에 위 내용물을 촬영한 사진이 첨부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통상 부검의는 자신들이 집도한 부검 사진을 갖고 있어 더 좋은 화질의 원본도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친부 살해 혐의로 23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46)씨가 28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준비기일 출석을 마치고 법무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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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측은 관련 알약과 도구를 증거물로, 부검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경찰 수사에 참여한 제약회사 약사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2000년 김씨와 경찰서 유치장에 함께 있었던 입감자, 경찰서에 동행했던 지인 등을 증인으로 신청해 경찰의 강압 수사와 가혹행위 등을 입증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씨의 무기징역 확정 이후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영상 녹화물을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영상에는 김씨의 부친이 치통으로 평소 진통제와 항생제를 먹었다는 증언 등이 담겼다.
검찰은 법의학 자문 감정 결과 등을 제출하고 10여명의 증인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 김씨가 28일 오전 재심을 받기 위해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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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씨는 2000년 3월 전남 완도에서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가 든 술을 마시도록 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기관은 김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를 숨지게 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려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판단했다.
혐의를 시인했던 김씨는 “동생이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대신 감옥에 가고자 거짓으로 자백한 것이라고 번복했다. 대법원은 2001년 3월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법원이 경찰의 부적법한 수사를 인정하며 2015년 11월 재심이 결정됐다. 법원은 경찰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 및 현장검증을 했고, 압수수색에 참여하지 않은 경찰관이 압수 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재심은 항고 절차 등을 거쳐 2019년 3월부터 시작됐다. 형 집행이 끝나지 않은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첫 재심 결정이었다.
이후 김씨 측이 변호인 교체와 국선 변호인 선임 취소 등을 하며 재판이 연기됐다가 2021년 3월 첫 재판이 진행됐다. 법원은 지난해 4월 세 차례 공판기일을 열고 사건 담당 경찰관 등을 증인 신문한 뒤 인사이동으로 인한 판사 변경 등 과정을 거쳐 13개월 만에 재판 준비 절차를 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