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야구봉사한 `양신` 양준혁이 통일부 찾은 이유는

by권오석 기자
2022.11.17 15:16:32

권영세 통일장관, `양준혁 야구재단` 양준혁 이사장 만나
재단, 탈북 청소년 등 구성된 `멘토리 야구단` 운영 중
내달 3일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권 장관 참석 요청
권 장관, 시타 부탁한 양 이사장에게 "홈런 쳐도 되나"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탈북 청소년들의) 체력적인 조건은 어떤가요.” “체구는 왜소하지만, 오히려 (남한 청소년들보다) 더 잘 뜁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양준혁 야구재단’ 양준혁 이사장을 만나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탈북 청소년 등으로 구성된 야구단을 운영 중인 ‘양준혁 야구재단’의 양준혁 이사장을 만나 감사 인사를 표하면서, 내달 열리는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취약계층 지원 △스포츠를 통한 청소년 인성 함양 등을 위해 개최되고 있는 국내 유일 자선야구대회다.

권 장관은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양 이사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과거 선수 시설 대부분 타격 부문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양신’(梁神)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양 이사장은 은퇴 후 2011년 ‘양준혁 야구재단’을 설립했다.

양 이사장은 탈북 청소년 등 사회 취약층 아이들로 구성된 ‘멘토리 야구단’을 운영하며 탈북민들의 우리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2012년에는 통일부 홍보대사에도 임명된 적이 있는 만큼 통일부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재단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면담에서 양 이사장은 재단이 지속해 온 탈북민 자녀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했고, 이에 권 장관은 감사와 격려를 전했다. 권 장관은 “북한에서도 야구를 많이 하느냐”고 물었고 양 이사장은 “옛날엔 좀 있었는데 요즘은 아무래도…”라고 답했다.



실제로 북한에서 야구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다. 공과 운동장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한 축구와는 달리, 야구는 글러브와 방망이 등 전용 장비는 물론 운동복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초창기에는 탈북 청소년 단원을 모집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현재는 전국 5개팀·약 120명의 유소년 선수들로 이뤄진 멘토리 야구단에 10여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면담 자리에서 양 이사장은 권 장관에게 내달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제10회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 참석을 요청했다. 특히 올해 대회는 남북하나재단이 공동주최로 참여하면서, 야구대회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화합’ 및 ‘남북한주민 하나됨’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탈북민의 사회 정착을 응원하는 대회가 될 예정이다. 양 이사장은 권 장관에게 ‘시타’(始打)를 부탁했고, 대회에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한 권 장관은 “가서 홈런을 쳐도 되느냐”고 하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편 2012년 시작돼 올해 10회를 맞은 자선야구대회는 △야구를 통한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 전달 등을 목적으로 매년 12월에 열리는 행사다. 1회 대회 당시 `평화` 팀과 `통일` 팀으로 나뉘어 열렸으며,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2020년만 건너뛰었다. 기부(수익)금은 활용 유소년야구발전기금 및 멘토리 야구단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

이번 대회에는 양 이사장을 비롯해 전 야구선수였던 이종범 코치, 미국 메이저리거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 등이 참석한다. 아울러 멘토리 야구단과 ‘챌린저스 야구단’(탈북청소년), ‘NPK타이거즈 야구단’(탈북청년)이 자리를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