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프로야구 '불공정 연봉관행' 퇴출

by최훈길 기자
2016.10.10 12:00:00

연봉 감액, 훈련비 전가 등 약관 개정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연봉을 감액하거나 훈련비를 선수에게 전가하는 등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프로야구 구단과 선수 간 불공정 계약이 개선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사용하는 선수계약서를 심사해 △연봉 사후 감액 △훈련비 전가 △대중매체 출연 제한 △주관적인 계약해지 요건 등을 담은 현행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두산베어스, 삼성라이온즈, NC다이노스, 서울히어로즈, SK케이와이번스, 한화이글스, 기아타이거즈, 롯데자이언츠, LG스포츠, KT스포츠 등 10개 구단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자진 시정했다. 해당 계약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정한 야구 규약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10개 구단 모두가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는 연봉 2억원 이상 선수(1군 등록선수)가 1군 등록이 종료되면 무조건 연봉을 감액(1일 연봉 300분의 1의 50%)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봉 3억원 이상의 선수가 경기, 훈련으로 부상, 질병을 얻어 현역으로 활동하지 못할 경우에는 연봉을 깎지 않기로 했다. 선수의 잘못(귀책사유)이 없는 경우에는 예외를 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봉 규정을 도입한 2004년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약 620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억1621만원”이라며 “구단들이 약관 적용 대상자를 상위 약 10% 연봉자(총 587명 중 64명)로 규정하길 원해 기준을 3억원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부상을 당한 선수가 부상 재발로 1군 등록을 하지 못한 경우 퓨처스리그(2군 리그)에 복귀한 뒤 10경기 이후부터 연봉을 감액하기로 했다. 부상 선수가 복귀 후에 경기 감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자는 취지에서다.

훈련비 관련 약관도 개정됐다. 현재까지는 훈련 방식이 변경될 경우 선수가 훈련비를 모두 부담했다. 이번 약관 개정으로 앞으로는 구단이 이를 부담하게 됐다. 주전 선수와 달리 비용을 부담해 온 비주전이나 신인 선수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대중매체 출연을 제한하는 조항도 삭제됐다. 그동안 선수는 구단의 사전 동의 없이 영화, 연극, 라디오, TV 등 대중매체에 출연할 수 없었다. 관련 약관조항이 삭제되면서 시즌이 끝나는 비활동기간(12월1일~1월31일)에는 대중매체 출연이 가능해졌다.

선수에 대한 계약해지 요건도 엄격해졌다. ‘선수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여겨질 경우’, ‘선수가 충분한 기술 능력을 고의로 발휘 안 했을 경우’ 등 주관적이고 모호한 계약해지 조항이 삭제됐다. 선수와 구단 양측이 각각 1부씩 계약서를 보관하도록 약관에 규정해, 구단 측만 계약서를 보관했던 관행도 개선됐다.

민혜영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약관 시정으로 선수들 권익이 강화되고 공정한 계약문화를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불공정약관이 더이상 사용되지 않도록 KBO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