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野, 회담형식 놓고 기싸움…5자-단독 집착 왜?(종합)

by김진우 기자
2013.08.07 17:45:42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다자회담이냐, 단독회담이냐’. 청와대와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담형식을 놓고 ‘기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단독회담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함께 참석하는 5자회담을 고수하는 청와대가 번갈아가며 ‘핑퐁게임’을 벌이는 형국이다.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국정조사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실종, 민주당 장외투쟁 등 여야 대치정국의 정상화를 위해 추진되는 회담의 형식을 놓고 청와대와 여야 간 입장차가 극명해 최종 성사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7일 노웅래 비서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다시 제안했다. 김 대표가 지난 3일 직접 단독회담을 제안한 것을 박 대통령이 사흘 만인 6일 5자회담으로 역제안하자, 다시 단독회담을 촉구한 것이다.

김 대표는 “제1야당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흘 만에 다자회담 제안으로 답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현 정국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그에 따른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가 5자회담 역제안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박 대통령께 단독회담을 제안 드리고자 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민주당이 5자회담 제안을 거절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야 당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담제의가 있어 대통령께서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또 민주당이 거절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고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회담형식에 집착하는 이유는 ‘형식이 곧 내용’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는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5자회담을 통해 국정전반에 걸친 의견을 교환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문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사과와 함께 성역없는 책임자 처벌, 국회 중심의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의 주장대로 5자회담이 성사될 경우 양당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만큼,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부의 세제개편안과 부동산 정책 등 현안이 논의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참석자가 5명이어서 한정된 시간에 돌아가는 1인당 발언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의제가 분산되면서 야당이 주장을 관철시키기가 어려워지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이날 김 대표의 5자회담 제안 거절에 대해 “국민을 위해 만나는 것이고 만나서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는 게 좋다고 보는데 안타깝다.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며 배수진을 친 것도 야당의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민주당은 단독회담을 통한 담판만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정국을 정상화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지노선으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제안한 3자회담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청와대가 단독회담 제안을 재차 거절하고 5자회담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서 담판짓자는 것인데 여러 명이 둘러앉아서 하는 담판이 어디 있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