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철 기자
2011.01.10 18:19:17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전세난이 고질화 하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되풀이 되고 있는 전세 문제는 계절적 국지적 요인을 넘어선다. 집값 상승이 멈추면서 매매로 갈아타는 전세입자가 줄어든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기존 전세 수요에 신규 수요가 가세하면서 전세난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착화하고 있는 전세난, 전세의 월세화 현상, 여기에 따른 맞춤형 대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최근 전세시장 불안은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에 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그냥 전세로 눌러 앉으니 전세 품귀 현상이 계속되는 겁니다."
새해부터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 전세난이 화두가 되고 있다.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매매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전세대란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부터 매매시장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봄 이사 성수기를 앞둔 전세시장은 강세가 반복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9년 서울지역 전셋값은 1월 0.30% 하락했지만 봄 이사철을 앞둔 2월에는 0.64%로 상승 반전해 6월까지 월별 변동률이 0.37~0.61%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같은해 수도권은 1월 1.13% 하락했지만 2월 0.12%의 상승률로 회복하더니 6월까지 월별 상승률이 0.24~0.50%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서울지역 전셋값은 1월 0.92%의 상승률을 나타낸데 이어 3월까지 월별 변동률이 0.11~0.44%의 오름세가 이어졌고, 수도권도 1월부터 4월까지 상승률이 0.11~0.40%를 나타냈다. 올해의 경우 새해 첫주 전세가격은 서울 0.06%, 신도시 0.11%, 수도권 0.09%로 전 지역이 올랐다.
올해도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매매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집사기를 꺼려해 계속 전세에 머물거나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기는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많이 공급되고, 당분간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전세수요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전세로 눌러 앉으려는 전세입자가 늘어난 게 전세난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는 금리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정작 집값은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오르는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지금 집을 사는 것이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란 인식이 작용하면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전세 수요자로 남아있는 것이다. 문제능 지오랜드컨설팅 사장은 "새해 들어서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분양 기대감으로 전세수요자가 내집 마련 타이밍을 늦추는 것도 전세난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오는 5월이면 출시 2년째를 맞아 1순위자가 크게 늘어나 전세로 살면서 보금자리주택 당첨을 기대하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신규입주가 17만1000가구로 전년(15만6000가구)에 비해 증가했지만 전셋값은 높은 상승세가 지속됐다. 공급량은 늘어났지만 정작 수요자가 원하는 규모의 주택은 턱 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신규입주는 3년전 주택경기 호황때 인기가 좋았던 대형 평형 위주이고, 도심에는 원룸형 오피스텔이 대부분이어서 3~4인 가족들이 거주할 수 있는 중소형주택의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의 경우 `입주폭탄`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수도권 입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많았지만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은 공급된 주택규모와 시장이 원하는 수요의 불일치가 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