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데일리TV 기자
2018.04.25 10:26:52
인성경영이 만드는 존경받는 기업③
[최원호 서울한영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제 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악화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전문가들은 쏟아내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적자를 흑자로 바꾸거나, 혹은 적자를 유예시킬 충분한 재원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위기는 곧장 부도임을 경고하는 최후의 메시지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런 위기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들이닥치지 않는다. 지진도 전조현상이 있듯이, 멀쩡한 건물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폭삭 내려앉지 않듯이 외벽의 균열이나 지반 침하 등 전조현상이 있다. 이를 감지하지 못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했을 때 평형감각 상실로 이어진다.
또한, 건강관리도 마찬가지이다.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 등 병은 반드시 전조증상을 보인다. 이런 황색 경고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느냐의 선택은 본인의 책임이다. 흔히 말하는 골든타임 수용 여부에 따라 생사의 갈림길도 다르다.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 건강검진을 받거나, 음주나 흡연을 줄이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며, 오히려 건강관리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이는 별것 아니라며 무시해버린다. 주변 사람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배짱이 두둑한 사람처럼 보일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책임의 극치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채’, 주변 사람에게 더 큰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이처럼 ‘경영’은 기업만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비롯한 직원들의 건강관리 계획부터 세우는 것이 경영의 시작이다. 예를 들어 자가운전자가 출퇴근길에 자칫 접촉사고로 병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면 개인은 물론 기업에도 업무 손실을 끼친 것이다. 개인은 손실을 보상받겠지만, 기업은 산재처리 대상일 뿐 경영상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지금은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산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업무 중 과로로 쓰러진다면 기업의 부담은 한층 더 하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이익창출만이 기업의 목적이 되어서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의 리더가 인성경영의 마인드로 개인의 누적 스트레스까지 관리한다면, 당연히 미래지향적이며 책임감이나 성실성 그리고 리더로서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유능한 인재이다. 하지만 건강마저 내팽개치고 조직을 위해 충성하는 일 중독자는 당장은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에 부담만 가중하는 산재보험처리 대상이요, 그마저 건강한 척 숨기고 일하다간 자기 발로 걸어 나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처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이 깨졌을 때 문제 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이석증 같은 현기증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오랜 시간 방치했다가는 균형감각을 상실해 평형감각 장애로 신경계의 큰 병을 동반할 수 있다. 선박에도 짐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평형수 탱크에 의무적으로 바닷물을 채워야 한다.
이런 법적인 규정을 무시하고 평형수 없이 급회전하면 바로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세월호를 지켜보며 온 국민이 학습한 결과이듯 개인이나 기업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평형수’는 과연 무엇일까, 그런 평형감각을 유지하려는 전문경영인은 얼마나 될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인성경영’과 ‘신뢰’가 유일한 기업의 평형수임을 강조한다. 대다수 의 경영인은 당장 눈앞의 이익 창출에만 관심을 보인다. 모든 것에 손실을 줄이고 이익만 추구하려고 안달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은 ‘평형수’라는 개념조차 없으니, 기업의 리스크 차단은 제로(Zero)이다. 자기 기업 보호 능력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제품의 품질향상을 위해 경쟁업체와의 가격 인하나 신제품 출시 등 출혈 경쟁만 벌인다.
그러나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비인간적인 ‘갑’질 행위가 기업 경영에 미칠 리스크는 생각조차 못 했으니, 모든 법적 제재나 국민에게서 지탄 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판매실적만 강조했을 뿐, 인성교육을 시킬 예산마저 낭비로 생각했다. 이제야 한번 터졌다 하면 기업의 존폐가 휘청할 만큼 브랜드의 가치 추락은 끝이 없다. 이런 기업이 있는 한, 존경은커녕 불신과 경멸의 대상인 이상, 100년 기업은 공허한 메아리이다.
특히, 기업의 위기는 정량적인 평가로 쉽게 눈에 띈다. 실적이 둔화하였거나 시장구조를 둘러싼 지배구조의 문제가 대표적인 전조현상이다. 그중 장점은 당연하지만, 단점을 극복할 대안이 없으면 결국 시장 흐름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단순한 불황의 문제를 뛰어넘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극복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내외적인 상황 변화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의해서 돌발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볼수록 자연적인 시장 변화가 아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치밀한 상황을 연출하는 교란작전이다. 이럴 때 고차원적인 전략적 대응 없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상황의 두려움은 곧 공포이다.
인성경영이 만드는 존경받는 기업의 핵심은 ‘위기의식’이 결여되어 있을 때, 책임의식이 있느냐이다. 제법 잘 나가는 기업이라고 인정받기 시작하면 곧장 자만하기에 십상이요, 방만하기 시작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대인관계의 실패 요인이 자만심이며 곧 방만함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구심점을 잃는다. 구심점은 평형수와 같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이미 붕괴 조짐은 시작이요, 원심력 상실로 균형 잡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거센 파고를 넘어서려는 의지는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2009년 비행기 추락사고 실화를 그린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을 보듯이 우리 앞에 닥칠 예상치 못할 뜻밖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문제해결 능력은 전 세계인의 존경 대상이었다. 우리는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사건을 통하여 국가의 체제가 뒤바뀌는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경험했다.
기업마다 경영이념이 있다지만, 그 중심에 ‘인성’이란 부분을 얼마나 강조했을까를 묻고 싶다. 또한, 경영자부터 리더십의 핵심인 인성경영을 실천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할 때이다. 때로는 경영의 위기를 한 번쯤 겪으면서 성장의 디딤돌로 삼아 회생한 기업도 많지만, 걸림돌에 걸려 도산한 기업이 더 많을 것이다. 모든 기업은 지속 가능한 100년 기업을 꿈꾸지만, 인성경영의 핵심인 ‘사람경영’에 투자하지 못하고, 사람경영에 실패한다면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이나 학교, 사회, 국가 등 모든 부문에서 통용되어야 할 철학이요, 기업문화요, 가치 창출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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