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한달째 新실손보험 '신통찮네'

by김경은 기자
2017.05.09 19:19:31

전환·신규 계약 모두 저조해
가격·보장 등 가입 유인 떨어져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기본형과 특약으로 구분해 보험가입자들의 선택폭을 넓힌 ‘신(新) 실손보험’이 판매 한 달이 지났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실손보험의 신규 가입 건수는 예전 통합형 실손보험에 미치지 못하고 기존 보험에서 신 실손보험으로 갈아탄 경우도 기대치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실손보험이 상품 끼워팔기 등으로 보험료 상승을 유발할 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는 등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로 실손보험의 상품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하지만 보장수준이 기존 실손보다 적은 등 상품구조가 매력적이지 않은데다 설계사들의 판매의지도 높지 않아 아직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9일 이데일리가 실손보험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대형 손해보험사 3사의 지난 4월 판매 건수를 집계한 결과 모두 4만660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기본형만 가입한 경우는 전체 신규 가입건의 11% 수준인 5100여 건에 그쳤다.

과잉진료 유발항목으로 지목됐던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MRI 등을 특약으로 분리하면서 기본형만 가입할 수있는 신 실손보험은 기본형만 가입할 경우 종전 보다 35%정도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입자는 기본형만 가입하기 보다는 보장 수준이 과거 통합 실손보험과 유사한 ‘기본형+특약’ 형태로 가입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을 가입하는 이유가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인 만큼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보다는 ‘보장수준’을 더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실손보험에 대한 전환 수요와 신규 수요도 낮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가입자가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갈아탄 전환계약 건수는 3개사 합산 148건으로 전체 신규계약건수의 0.3%에 불과했다. 갈아타기 수요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실손보험의 신규 가입 추이도 옛 통합 실손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A사의 신 실손보험 4월 한달간 신규 계약건수는 1만60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통합 실손 신규 계약 건수 2만8000건의 57%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신 실손보험의 상품구조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손보험의 상품구조는 ‘기본형’과 ‘3가지 특약’으로 나뉜다. 과잉진료 우려가 큰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자기공명 영상치료) 등을 별도 특약으로 분리해 기본형만 가입하거나 특약까지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보험료는 40세 기준으로 기본형이 남성은 월 1만1275만원, 여성은 1만 3854원으로 신 실손보험이 종전 대비 35% 저렴하다.

하지만 보장수준이 신 실손보험의 경우 기존 실손보다 적다는 단점이 있다. 신 실손보험의 3가지 특약에 모두 가입해야 기존 통합 실손보험과 보장범위와 보장 한도가 같게 된다. 여기에 신 실손보험은 보장 한도와 횟수가 이전 보험상품과 비교해 제한을 받는다. 도수치료는 연간 최대 50회 350만원, 비급여 주사제는 최대 50회 250만원, 비급여 MRI검사는 300만원까지다.

특약의 자기 부담률도 30%로 종전 20% 대비 10%포인트 높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이미 3500만명이 가입해 신규 수요도 많지 않고 보험료도 저렴해 가격 유인이 높지 않은 상품”이라며 “4월 한 달 실적만 놓고 판단한다면 기존 상품을 신 상품으로 전환할 만큼 상품구조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다” 분석했다.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보험설계사들의 판매 의지가 높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보험료가 저렴하면 설계사들이 받을 수 있는 모집 수당이 적어진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신 실손보험이 금융위원회의 발표와 달리 착한 보험도 아니고 소비자에게 실제로 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은 유·불리를 따져 보고 갈아타기 여부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