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항소심, 27일 선고..최태원 회장 형제 무죄 주장
by김현아 기자
2013.09.03 21:28:46
검찰 "최 회장 투자금 위해 횡령"..재판부와 시각 차
최 회장 형제 무죄 주장..김원홍에게 속은 것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회삿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003600) 회장 항소심 선고가 9월 27일 오후 2시로 정해졌다.
하지만, 3일 열린 변론종결에서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모두 무죄를 주장해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검찰은 이날 최 회장에 대해 종전과 같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5년,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하는 등 종전의 구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김원홍 씨의 강압에 가까운 요구로 SK 계열사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만들려던 펀드에 투자하게 하고 선지급까지 도왔지만, 선지급 된 돈 중 일부가 불법 송금(횡령)된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최재원 부회장도 SK 계열사들이 베넥스 펀드에 출자하고 선지급하는데 절차상 편의를 봐준 적은 있지만, 횡령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의 공동 피고인이자 핵심 증인인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만 횡령을 위한 펀드 출자와 선지급 사실을 인정하면서, 재판부에 은전(恩典)을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3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범행 동기가 “최재원 부회장이 김원홍 씨로부터 투자 재개를 권유받고, 김원홍 씨와 공모해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에게 500억 상당을 SK C&C 주식담보 없이 만들라”고 했다는 재판부의 시각(예비적 공소사실)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주위적 공소사실이 훨씬 진실에 부합한다”며, SK C&C 주식을 담보로 최태원 피고인의 자금을 만들려 했다는 김준홍 전 대표의 수사과정 진술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사건 범행 동기는 법원 권고 사실과 달리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공모해 최태원 회장의 김원홍(전 SK해운 고문) 씨에게 보낼 투자금 마련과 기존 채무의 변제를 위한 금융비용 마련을 위해 횡령했다”는 게 맞는다는 얘기다.
검찰은 “설사 예비적 공소사실을 인정해도 핵심은 계열사 펀드의 사적 유용이고, 주체는 최태원 피고인이 명백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용선 부장판사는 “주위적이냐 예비적이냐 문제는 별로 크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최재원 부회장 변호인은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은 자금 사용 주체가 최태원 피고인이냐, 최재원 피고인이냐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준홍 피고인은 최 부회장이 3차 송금 때 관여했다고 했다가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못하자 몰랐다고 말을 바꾸는 등 항소심에서 거의 유일한 증인이었던 김준홍의 진술만 유죄의 증거로 보기 어렵다”면서 “(두 형제는 몰랐다는 내용이 담긴 김준홍과 김원홍 간) 녹취록도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 부회장 변호인은 “주위적 공소사실이냐 예비적 공소사실이냐를 양자택일할 게 아니라, 무죄추정의 관점에서 피고인의 주장에도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변호인도 “최태원 피고인이 충분한 검토 없이 선지급을 도운 게 횡령의 계기가 돼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그러나 횡령자금의 실제 수요자가 김원홍이었다는 점, 김원홍이 최태원, 최재원, 심지어 김준홍 피고인까지 속였을 수 있다는 점, 최태원 피고인은 언제든지 C&C 주식을 담보로 대출할 수 있었는데 불과 1~2개월 450억 원을 쓰자고 계열사 펀드까지 구성했겠느냐는 점 등에서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도 “저는 개인투자 목적이든 동생 투자를 돕기 위해서든 횡령을 위해 펀드를 만드는 일에 공모한 적 없다”면서 “제가 증명할 방법이 없을 수 있겠지만, 우리 그룹의 중요한 동력인 펀드를 만들기 위해 2011년 11월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개인 횡령에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펀드를) 이용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문용선 재판장은 “이 사건 펀드는 엉터리 펀드인데, 최태원 피고인 말이 이해가 안간다”고 말해, 의심을 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