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강정원 前행장 상처만 남기고 불명예 퇴장

by원정희 기자
2010.08.19 21:30:36

강 전 행장, 문책경고..금융권 복귀 사실상 어려워
카자흐 BCC투자·커버드본드 발행 결국 발목 잡아
금감원-국민은행 질긴 악연..통합 이후 행장 줄줄이 징계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연임을 하고자`, `회장이 되고자` 했던 강정원전 국민은행장의 욕심이 결국 강 전 행장 개인은 물론이고 은행에도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강 전 행장까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이후 역대 행장과 회장이 모두 당국의 징계를 받고 떠나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강 전 행장은 외국계은행 출신으로 옛 서울은행장을 역임했고 국내1위 은행인 국민은행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결국 쫒겨나가듯 은행을 떠났고 앞으로 은행권에 다시 발을 들여놓기도 어려워졌다.



`외국계은행 출신의 정통 뱅커`라는 수식어를 항상 달고다녔던 강 전 행장은 지난 2004년 국민은행장으로 부임하면서 증권사 출신의 전임 김정태 행장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김 전 행장이 공격적인 영업행태를 보였고 그 때문에 은행 건전성도 나빠졌던 만큼 강 전 행장은 한동안 리스크관리에 치중하면서 신중한 영업을 고집해왔다.

이랬던 그가 지난 2007년 10월 임기가 다가오면서 돌변했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고 대출세일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당시 우리은행이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리면서 국민은행과의 격차를 좁혀오자 1위 은행의 아성을 지키기 위해 뒤늦게 자산확대 경쟁에 나선 게 화를 불렀다. 결과적으로 부실이라는 독배를 마시게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외진출 붐이 일었던 2008년 카자흐스탄 5위 은행인 BCC(Bank CenterCredit) 지분을 인수한 것도 화근이었다. 현재까지 투자금액은 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에서 이뤄진 투자로 논란이 일더니 결국 손실규모가 커지고 투자과정에서 이사회에 허위보고를 했던 게 드러나면서 강 행장을 끌어내린 꼴이 됐다.

또 국내 최초 발행이라는 영예를 안겨주고, 외화조달의 한 수단으로 떠올랐던 커버드본드 발행 역시 과도한 비용과 이사회 허위보고(절반 이상을 원화로 발행)로 중징계 사유가 됐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 전 행장을 지주 회장 후보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이사회 유착, 금융당국의 관치, 정치권의 금융권 인사개입 등 수많은 논란을 남겼다.



강 전 행장 본인의 불명예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같은 문제 등으로 100명에 달하는 국민은행 전현직 임직원이 징계를 받게 됐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징계를 받은 임직원이 이처럼 많은 것은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해 각종 위원회, 협의회 등을 만들면서 문제가 되는 건들에 관계된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강 전 행장이 자초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은행 실적은 말할 것도 없다. 올 2분기 2000억원 적자에 어윤대 KB금융(105560) 회장이 국민은행을 `비만증을 앓는 환자`로 비유한 것은 국민은행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의 욕심이 무리한 자산확대와 무리한 투자를 불러왔고 그 자신과 국민은행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강 전 행장은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음에 따라 앞으로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시한은 3년이지만 은행원에겐 사실상 퇴출선고나 다름없다. 다른 금융회사보다도 유난히 평판을 중시하고 리스크관리를 강조하는 은행권이 강 전 행장을 또다시 은행으로 불러들이긴 어렵다.

김정태 전 행장 역시 문책경고를 받은 이후 3년을 훌쩍 넘겼지만 금융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고, 최동수 전 조흥은행장도 마찬가지다.

강 전 행장은 씨티은행 뉴욕본사와 한국지점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해 뱅커스트러스트그룹과 도이체방크 한국대표를 지내는 등 은행원으로서 화려한 이력으로 주목받으며 국민은행에 들어왔다. 게다가 서울은행장으로 있으면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몸만들기에 성공했고 하나은행에 무리없이 매각하는 성과도 갖고 있었다.

이런 그의 과거 경력에 비춰보면 초라하다 못해 처참하게 은행원 생활을 끝마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