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펀드만능주의에 젖은 정부

by좌동욱 기자
2007.02.27 18:40:18

[이데일리 좌동욱기자]요즘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보다 펀드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유행 탓인지 정부도 민간 펀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각 부처마다 펀드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말입니다. 시중의 민간 자금을 끌어모아 정부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는데, 경제부 좌동욱 기자는 정부가 펀드만능주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 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 정책도 유행을 타나 봅니다. 관가에 `펀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산업자원부의 유전펀드를 시작으로 연초 재정경제부의 비축용 임대주택 펀드, 산업자원부의 탄소펀드와 광물펀드에 이어 오늘(27일) 건설교통부도 해외건설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해양수산부의 선박펀드, 농림부의 농업전문펀드(한국바이오기술), 중소기업청의 뮤지컬 펀드까지 경제, 사회, 문화 정책 수립에 갖가지 펀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펀드 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가 이 처럼 펀드를 애용하는 것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책 집행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덜면서도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손쉽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예산 확보, 집행, 감사 등 정책 수립과 실행에 따르는 부담감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게다가 투자처를 잃고 시중에 떠도는 유동자금도 흡수할 수 있으니 1석 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허점이 곳곳에 보입니다. 정책효과를 보기 위해 무리하게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임대주택 조성을 위한 부동산 펀드입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평균 7조원씩 2019년까지 총 91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총 50만호의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부족한 공공 부분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지요.



이 정책은 민간이 담당해야 할 중산층의 민간 임대아파트 공급까지 정부가 떠안으려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소득층도 아닌 30평형 중산층 민간 임대주택 사업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게다가 이 펀드는 적정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매년 평균 5000억원씩 12년간 정부 예산까지 투입합니다. 정부는 12년 후 임대 아파트를 매각하면 재정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10년 후 집값이 어떻게 변할 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미래 돌아올 대가는 불확실한 반면 정부가 지출해야 할 국민 혈세는 너무나 가까이 있습니다.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유전펀드나 이르면 올해 시작될 광물펀드, 해외건설 펀드 등은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투자상품입니다. 정부가 세제혜택 등의 지원을 통해 민간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실제 수익이 예상했던 수준으로 지속될 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심지어 환율 안정이라는 다소 상이한 정책 목적을 위해서도 민간 펀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연초 정부는 해외펀드의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비과세 방침을 밝히면서 이 정책이 환율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설립된 해외투자펀드 대부분은 환위험 헤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가 증가해 원화값 하락요인이 발생하더라도 헤지가 걸려있을 경우 선물로 달러를 내놓게 되므로 실제 원화 가치 하락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정책 발표 후 재경부가 보인 입장 변화도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대책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정책 발표 당시엔 해외에 설정된 역외펀드나 재간접펀드(펀드 어브 펀드)는 비과세 혜택에서 제외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재경부는 정책 발표 후 하루만에 비과세 여부를 검토한다고 정정했고 한달도 안되 다시 비과세 불가로 입장을 재정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자산운용회사와 투자자들은 혼선을 빚어야 했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재정 대신 민간 자금으로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습니다.하지만 펀드를 이용한 정책이 정책 목적과 정확히 부합되는 지, 또 부작용은 없는 지 사전에 철처하게 검토돼야 할 것입니다. 펀드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