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변화···과학·예술로 풀었다
by강민구 기자
2025.12.05 09:01:31
KIST, 고등과학원·수림재단과 융합 전시 개최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고등과학원, 수림문화재단과 과학·예술 융복합 전시 ‘도파민 하이프(Dopamine Hype)’를 5일부터 내년 4월 4일까지 김희수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KIST의 뇌과학·신경과학 연구 성과와 KIAS의 물리학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도파민’이 현대인의 감정·행동·사회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예술적 언어로 확장해 해석한 협업 프로젝트다.
| | 장재선 KIST 뇌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과 정소영 작가의 협업 작품 ‘We Predict into Existence’.(자료=K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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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와 수림문화재단은 지난 2018년부터 과학기술과 예술이 만난 과학예술융합 전시 프로젝트인 ‘AVS(Artist View of Science, 과학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를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AVS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 콘텐츠를 대중에게 선보여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 전시회이다.
이번 전시에는 장재선(한국과학기술연구원), 최상국(고등과학원) 두 명의 과학자와 정소영, 업체(eobchae), 무진형제,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등 네 팀의 예술가가 참여해 정기적으로 교류하며 프로젝트 과정에 함께했다.
정소영 작가의 작품 ‘We Predict into Existence’은 장재선 KIST 뇌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과 지각이 뇌의 예측 과정에서 형성된다는 최신 신경과학 관점을 조각·설치 형식으로 구현했다. 관람객은 작품에 포함된 QR 코드를 통해 장재선 박사의 뇌과학 설명 영상을 시청하며, 과학적 개념과 예술적 해석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업체(eobchae)’는 최상국 고등과학원 교수와 협업해 양자물리학을 사변적 세계관으로 풀어낸 작업 ‘Gozo’를 선보인다. 국제 정세의 불안과 신경계 기능 저하가 기술 환경 속에서 어떻게 감각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시각화한다. 작품은 드론 전쟁, 기술 기반 시각성, 양자역학적 이미지들을 교차시키며, 도파민 중독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마비’와 ‘지각의 재배열’을 복합적으로 제시한다.
‘무진형제’의 ‘긍지의 날’은 재난과 쾌락의 교차점에서 도파민의 양가성을 탐구하며, 반복적 자극 속 균형 회복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작품은 관객 참여를 통해 중독과 사회 구조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극적 형식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의 감각적 해석과 과학자의 논리적 설명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여 도파민이라는 하나의 신경물질이 지각, 욕망, 사회 구조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학제 간 융합이 지적·예술적 확장을 이끄는 방식을 보여주며, 예술과 과학이 새로운 통찰을 생산하는 대화의 장을 제시한다.
오상록 원장은 “이번 전시는 세 기관이 협업해 학문 간 경계를 넘어선 지적 확장의 좋은 사례”라며 “과학과 예술은 ‘창의’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허물어진 경계 위에서 창작된 예술작품들이 대중들에게 특별한 사유의 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시는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