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판결..최태원 회장 구속, 동생은 무죄 왜?(종합)

by김현아 기자
2013.01.31 16:19:23

김준홍 전 베넥스 진술 번복이 치명타..재무팀 외장하드도 유력증거 채택
변호인 예측 완전히 어긋나..동생에게 미룬 '괘씸죄' 평가도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회삿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현아 김상윤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의 SK 최태원·재원 회장 형제에 대한 판결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의외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 부장판사는 “최태원 피고인은 자신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SK텔레콤 등 계열사를 활용해 1000억원 대의 펀드 투자와 선지급을 지시하고 이를 사적 목적으로 사용해 기업 사유화의 폐해가 크다”며 “공판과정에서도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등 뉘우치는 자세가 없어 실형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는 변호인 측은 물론 검찰 측 예상도 뒤엎는 결과다. 변호인 측은 최태원 회장의 계열사 자금 펀드 구성 관련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고,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서는 불법 송금에 관여하기는 했지만 법률적 무지때문이었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검찰 역시 최태원 회장은 불구속 기소하고 최재원 부회장은 구속기소하는 등 최재원 부회장의 혐의가 더 문제라고 판단했다. 최재원 부회장은 1월 5일 구속 기소된 뒤 6월 1일 보석이 결정될 때까지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거꾸로 판단했다. 최태원 회장이 약 465억원의 펀드출자용 선지급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한 사실에 대해서는 특경법 위반(횡령)으로 보고 유죄를 판결하고,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서는 펀드 출자 등에서 공동정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 부회장에 대해서는 아이에프글로벌(IFG) 주식 고가매입에 의한 배임과 펀드 출자금의 저축은행 예금에 의한 사실상 담보제공을 통한 횡령 혐의, 펀드자금 예치로 900억 대출을 받게 한 특경법 위반(저축관련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된 근거로 ▲펀드 출자 당시 최태원의 재무적 상황이 좋지 못했고 ▲약 한 달여 사이에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가 중심이 돼 1000억원대에 이르는 출자가 이뤄지는 등 베넥스 펀드구성이 비정상적이었으며 ▲이 사건에서 유출된 497억원 결국 최 회장의 개인자금으로 변제됐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공범으로 기소된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의 검찰 수사 시 진술과 서범석 전 공동대표의 진술, SK재무팀 소속 직원이었던 박 모씨가 작성한 외장하드 내 베넥스 펀드관련 문건 들을 주요 증거로 채택했다.

이 부장판사는 “박모 씨 문건을 보면 최 회장 재무상황에 대한 수시 보고, 베넥스로부터 펀드결성 관련 문건을 수시로 수신하고 관리한 점이 인정되고, 김준홍 전 대표는 구속직후 최 회장으로 부터 펀드유치를 도와준다고 들었고, 계열사에 대한 도움을 약속했다고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의 경우 법원에서 진술을 번복했지만 당시 정황상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변호인들은 그동안 서 전 대표의 진술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허위진술한 것이라고 반박해 왔다.

최 회장이 펀드유치를 도와주기로 했다는 김 전 대표의 검찰 진술 역시 변호인 참관없이 검찰의 독대로 이뤄진 강압 수사의 결과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법원은 오히려 김 전 대표의 신뢰성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검찰 측의 주장에 공감했다.

특히 마지막으로 진술을 번복한 시기인 12월 7일 김 전 대표가 칭병을 이유로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변호인을 세 번 접견한 것은 재판 과정에서도 논란이었다.

또한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본인은 펀드 선입금 사실을 2010년에 알았고, 동생이 관여된 점에 대해 선처를 호소한 것 역시 본인의 죄를 동생에게 미룬 것으로 봐서 좋지 않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 때문에 앞으로 있을 2심 재판에서는 더욱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SK그룹 계열사 자금 횡령 등 혐의에 관한 판결의 상세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