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형제의 난)애널리스트 반응.."올 것이 왔다"

by김춘동 기자
2009.07.28 18:53:40

"찬구 회장 측 입장이 가장 큰 변수될 듯"
"추가적인 분쟁 가능성 커..지분경쟁도 잠재"

[이데일리 김춘동기자] 금호그룹의 형제경영 체제가 결국 무너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이 동반 퇴진한다고 밝혔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동안 두 형제가 그룹을 공동경영하면서 갈등을 빚다가 결국 결별수순을 밟은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 후유증으로 그룹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갈등이 증폭된 것으로 판단했다.

박삼구 회장은 계열분리 없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유지하기 위해 박찬구 회장 해임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찬구 회장 때문에 어려움 많았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향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진로는 이날 해임된 박찬구 회장의 의중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박찬구 회장이 해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분쟁은 물론 잠재적인 지분경쟁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향후 전망에 대해 말을 아꼈다. 아직 두 형제 회장의 동반퇴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동반퇴진이 박찬구 회장의 동의 아래 이뤄진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큰 충격없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순조롭게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동반퇴진으로 두 형제간의 갈등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수순이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이 이번 해임안에 반기를 들 경우 향후 구도는 복잡해진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 금호석유화학이 이사회를 통해 전격적으로 박찬구 회장을 해임한데다 박삼구 회장이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발표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박삼구 회장 일가가 일제히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에 나선 점도 유력한 근거다. 실제로 최근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 부자는 물론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 등이 일제히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박찬구 회장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박찬구 회장이 이번 해임을 용인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분쟁 가능성은 물론 향후 그룹구도 역시 불확실성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찬구 회장측이 이번 해임결정에 반발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적으로 큰 부담이 질 수밖에 없다.

일단 지분경쟁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박찬구 회장 해임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박삼구 회장측이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 22%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16일 현재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부장 부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도 18.5%에 달해 잠재적인 지분경쟁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11.76%의 지분을 가진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일단 박삼구 회장측이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그룹의 경영 주도권을 쥔 것으로 보인다"며 "금호석화가 자사주를 22%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당장 지분경쟁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분경쟁은 일어나지 않더라도 박찬구 회장 측이 대주주로서 향후 경영전략 등에 반기를 들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지배구조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우건설 인수로 그룹의 사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증권사 연구원은 "재무적 부실로 대우건설을 다시 내다팔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된 가운데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오너 형제간 분쟁은 시장에서 도덕적으로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과거 현대그룹에서 겪은 `왕자의 난`처럼 한동안 세간에 회자되면서 대우건설 매각시 평판 리스크를 키우는 일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 같은 비난은 지주회사나 계열사 주가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