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노숙인 혐오 조장하는 게시물 부착은 인격권 침해”
by정두리 기자
2022.05.02 12:00:00
역사에 노숙인 혐오 조장 게시물 부착 사례 발생
한국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에 직무교육 실시 권고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역사 등에 부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역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2022년 1월 A역장은 ○○지하철역의 2번 출구와 엘리베이터 내·외부에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부착했고, 2021년 10월 B역장이 ○○기차역 대합실의 파손된 TV 화면에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입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부착했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 소속의 진정인은 이 같은 게시물은 노숙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역장은 2021년 5~6월에 특정 노숙인 2~3인이 역사 안에 상습 방뇨를 해 직원들의 고충이 컸고, 관련 민원도 1일 8~9회 접수되는 등 개선 요청이 있어 해당 게시물을 부착했으며, 현재는 모두 제거하였다고 답변했다. B역장은 특정 노숙인이 역사 내의 TV를 파손해 해당 TV가 나오지 않아 안내 게시물을 부착한 것은 철도 이용객을 위한 조치였으며, 현재는 게시물을 제거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A·B역장이 부착한 게시물은 노상 배설행위나 시설물 파손을 금한다는 내용으로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임에도, 게시물에 그 대상을 ‘노숙인’이라고 특정함으로써 노숙인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러한 게시물을 많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역사 안에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는 행위라고 봤다.
인권위는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부착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각 공사 및 소속기관에 본 사례를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