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신용카드 공화국'

by김정남 기자
2016.12.21 12:00:00

신용카드 ‘나홀로 증가’…체크카드는 감소
"신용카드 사용시 사회적 비용 年 수조원"

한국은행이 조사한 올해 우리나라의 건수 기준 지급수단별 이용비중(그래프 위)과 금액 기준 이용비중 추이. 출처=한국은행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2년새 신용카드 이용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체크·직불카드와 현금 등의 이용이 줄어든 와중에 ‘나홀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해외 각국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미국의 신용카드 이용건수는 우리나라의 절반도 되지 않으며, 유럽은 현금이 지급수단의 중심이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신용카드 공화국’인 셈이다.

다만 신용카드를 쓸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지급수단을 더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신용카드 이용비중(건수 기준)은 전체의 50.6%로 2년 전인 2014년(34.2%)에 비해 16.4%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37.7%→26.0%)과 체크·직불카드(17.9%→15.6%)의 이용은 줄었다.

이는 한은이 외부 통계조사업체에 위탁해 지난 6~7월 중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금액 기준으로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신용카드 비중은 2년새 4.2%포인트(50.6%→54.8%) 증가했다. 건수에 비해 금액 기준 증가 폭이 더 작은 것은 신용카드 결제의 소액화 경향 때문이다. 올해 신용카드 건별 금액은 2만3000원으로, 2014년(3만2000원)보다 9000원 감소했다. 이 기간 현금과 체크·직불카드 비중은 각각 3.4%포인트씩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카드의 선호 이유로는 편리성을 가장 많이 응답했다”면서 “보관과 관리가 편리하고 지급 절차가 간단하며 지급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국제적인 추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은이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이용비중은 가장 높았다.



실제 2014년 미국의 이용비중(건수 기준)은 23%로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독일의 신용카드 비중은 불과 4%였다. 캐나다(31%)와 호주(19%) 역시 우리나라와 격차가 크다.

반면 독일(79%)과 네덜란드(57%) 등 유럽 주요국의 결제는 현금이 중심이다. 캐나다(44%)와 호주(47%)도 현금이 절반 가까운 비중이다. 우리나라와는 결제하는 패턴에 있어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해외의 이런 기류 속에는 정책이 숨어있다. 특히 호주 네덜란드 등은 신용카드 이용의 사회적 비용이 가장 높다는 점을 간파하고, 직불카드 등을 정책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지급 수수료 차등 등을 통해서다.

지급수단의 사회적 비용은 은행 같은 금융기관, 각 소매점,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이 지급결제망(payment chain)에서 지급 행위를 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추정치가 없지만, 일부 국가들의 추정상 통상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0.5% 안팎 사회적 비용이 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탈리아(0.83%) 스웨덴(0.68%) 덴마크(0.56%) 호주(0.54%) 등이다.

이를 우리나라에 단순 적용해보면 연간 최소 8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은도 비(非)현금 지급수단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규수 한은 결제연구팀장은 “다양한 비현금 지급수단의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체크·직불카드의 상품을 다양화하고 혜택을 늘리는 등 편리성과 수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이 평소 지갑 속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올해 7만7000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7만4000원)보다 3000원 증가한 수치다. 50대가 9만3000원을 보유해 연령대별로 가장 높았다.

ATM을 이용하는 횟수는 월평균 3.3회였고, 금액은 13만7000원이었다. 개인이 신용카드와 체크·직불카드를 보유한 비율은 각각 93.3%, 98.3%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