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리지 않는 '양자암호', 국방·공공에 적용된다…국정원 인증도 임박

by김현아 기자
2022.05.25 13:41:01

SKT 양자난수생성(QRNG)기술이 시스템 반도체 속으로
케이씨에스, 옥타코, 비트리 등 강소기업들과 협업
스마트폰 탑재 이어 철도망, 배전시스템, UAM에 적용추진
국정원, 내달 초 양자암호통신 인증기술 기준 설명회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국내 최고 보안수준을 갖춘 암호칩을 제조하는 케이씨에스 연구개발 직원이 SKT의 QRNG 칩을 ‘양자암호 원칩’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모습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통신망에 연결되는 자율주행차, 원격 로봇 시대가 다가오면서 해킹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현재 은행 전산망이나 전자상거래 등에 쓰이는 RSA 암호를 순식간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팅 개발에 IBM, 인텔, 구글 같은 글로벌 IT기업이 뛰어들면서 이를 막는 양자 보안(Quantum Security)이 관심인 것.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순수 난수를 만드는 양자난수생성(QRNG)기술을 칩(반도체)으로 구현해 시스템 반도체와 접목한다면 철도망이나 배전시스템, UAM(도심항공교통) 등에서 철통 보안이 가능해진다. 제3자가 해킹을 시도해 난수를 탈취해도 패턴이 없어 해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3년 전 양자암호에 대한 투자를 시작해 스마트폰용 QRNG 칩을 개발하고 2020년 세계 최초로 ‘갤럭시 퀀텀’을 출시한 SK텔레콤(017670)(대표 유영상)이 국내 암호분야 강소기업들과 함께 국방 및 공공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암호칩 개발 업체 케이씨에스(115500)와 QRNG와 암호통신기능의 반도체(KEV7)를 하나로 합친 ‘양자암호 원칩’(Quantum Crypto chip)을 개발 중이고, 생체인증 업체 옥타코의 지문인식 보안키에 QRNG를 적용해 보안을 강화한 제품도 출시했다. ‘갤럭시 퀀텀’에 탑재한 스마트폰용 QRNG 칩을 함께 개발한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 반도체설계자산(IP) 회사 비트리와는 난수 생성 속도를 2배 이상 끌어올린 차세대 QRNG칩을 개발 중이다. 공정 기술을 개선하고 가격을 낮춘 차세대 칩은 2024년 1분기 출시가 목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SK텔레콤이 스위스 양자 원천기술업체 IDQ를 인수한 덕분이기도 하다.

사진 왼쪽부터 김동우 SKT 혁신사업개발1팀 리더, 엄상윤 IDQ 지사장,김한직 케이씨에스 상무, 유미영 옥타코 이사, 김희걸 비트리 부사장 순


김한직 케이씨에스 상무(ASIC 사업부 영업총괄)는 “우리가 개발한 암호칩(KEV7)은 국정원으로부터 전체 2등급 암호모듈검증(KCMVP) 인증을 획득해 국내 암호칩 중에서 가장 높은 보안등급을 받았다”면서 “여기에 QRNG칩을 탑재하는 것이니 인증 과정이 줄어 내년 상반기까지 국정원 인증이 완료될 것 같다”고 했다. SKT와 케이씨에스는 군 무기체계에 들어가는 카메라 등 영상 장비, 드론, 인터넷망과 연결되는 한국전력의 배전시스템 등에 ‘양자암호 원칩’을 공급할 예정이다.



유미영 옥타코 이사는 “인증의 핵심이 암호화 기술인데 우리의 지문 보안키에 QRNG를 적용했다”면서 “MS 365나 구글 클라우드 등 글로벌 오피스 플랫폼과 연동을 추진 중이며, 인도 대국민 인증(주민등록 제도와 비슷)서비스인 아다하르 프로젝트를 겨냥한 QRNG 지문 인증장치를 개발해 글로벌 거대 시장 진출도 타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KT의 양자난수생성(QRNG) 사업현황
케이씨에스와 SK텔레콤의 ‘양자암호 원칩’ 개발 내용


SKT의 양자암호 생태계 확산은 국정원의 국내 양자암호통신 인증 기준 마련과 맞물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양자키분배(QKD)기술과 키관리시스템(KMS)에 대해 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내달 초 관련 기업 등을 대상으로 정식 설명회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양자키분배는 통신망 양 끝단에 장비를 설치해 해킹할 수 없는 암호키를 만들어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나눠준다. 제 3자가 통신망에 침투해 암호키를 탈취하려고 시도하는 경우, 양자에 담긴 정보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해킹 시도 여부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김동우 SKT 혁신사업개발1팀 리더가 24일 언론 설명회에서 SK텔레콤과 국내 암호분야 강소기업들의 협업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동우 SKT 혁신사업개발1팀 리더는 “KT, LG유플러스와 협업하는 이와이엘이라는 회사와 함께 QRNG 시장을 키워가고 싶다”면서 “1단계는 칩인칩 구조(QRNG-HSM·양자난수생성 하드웨어시큐리티 모듈)로 공급하나 궁극적으로는 소프트웨어로 구현해 IP 라이선스 기반으로 양자암호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