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대출 심사도 깐깐해진다…가계대출 통합관리
by서대웅 기자
2022.02.14 14:00:00
[금감원 업무계획] 좀비기업 선제적 구조조정 추진
비은행 금융회사에 LCR 간접 도입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금융감독원이 개인사업자(소호)대출을 가계대출과 통합 심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소호대출을 더 깐깐하게 심사해 취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소호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의 2배에 달하는 등 관련 리스크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자영업자로 등록한 후 소호대출을 받아 부동산 구입 등에 유용하는 폐해를 근절하기 위한 취지도 담았다.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도 유도한다. 30억원 이상 대출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은행의 부실징후 평가 시스템을 현행 정성적 기반에서 계량적 기반으로 개선한다. 이밖에 은행지주에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을 새로 도입해 비은행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를 예방한다.
금감원은 14일 ‘2022년도 업무계획’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금리인상, 자산시장 조정 등에 따른 상환능력 약화에 대비해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와 함께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확대 등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특히 가계대출과 소호대출을 통합 심사·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 소호대출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차주의 소득 대비 대출총액 비율을 의미하는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깐깐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은행들은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모범규준’에 따라 1억원 초과 신규 소호대출 취급 시 LTI를 산출하고 있으나 여신심사 참고지표로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활용방법도 차주의 소득, 업종별 특성, LTI 구간별 연체율 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정하는 수준이다.
용도 외 목적으로는 소호대출을 취급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감원은 소호대출의 용도 외 유용을 예방하기 위해 용도심사 및 사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점검결과를 반영한 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개인사업자 등록 후 소호대출을 받은 자금으로 부동산 구입 목적에 쓰는 등의 폐해를 근절한다는 취지다.
금감원이 소호대출 관리 강화에 나선 것은 소호대출이 가계대출 규제를 틈타 급증세를 보이며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면서다. 지난해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소호대출 잔액은 299조721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8조8542억원 급증했다. 증가율이 10.65%로 신용대출(4.42%)보다 2배 이상 높았으며, 가계대출 전체 증가율(5.8%)보다도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좀비 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은행이 기업의 부실징후를 조기에 인식할 수 있도록 현행 수시평가 시스템을 개선키로 하면서다.
현재는 ‘채권은행의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 운영협약’에 따라 신용공여액이 3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선 정기평가 외에도 수시평가를 진행하는데, 부도가 임박한 기업에 평가등급을 부실징후 기업(C, D등급)으로 변경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형식적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어 부실징후 기업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도록 수시평가 대상 선정 기준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기평가 시 사업위험 평가 항목은 정성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재무제표 등 계량적 기준을 추가해 평가 실효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금융회사의 위기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은행지주사에 연결기준 LCR을 새로 도입한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 대비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비율이다. 은행들은 현재 이 비율을 85% 이상 맞춰야 한다. 30일 이내에 100억원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면 85억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에만 도입한 LCR을 금융지주사 차원에서도 들여다보겠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지주에 도입하는 LCR 비율은 은행과 동일한 수준(현재 85%)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증권,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비은행 계열사도 LCR 관리를 깐깐하게 할 수밖에 없다. 예금 수취 기능이 없는 비은행 회사가 금리 인상기에 맞아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치다.
하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등의 비은행지주 계열사에는 이 규제가 도입되지 않아 규제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 금융사, 전업계 카드사 등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지 않는 비은행 회사도 LCR 규제가 도입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