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람 라잔, 인도 경제 구세주될까..5대질병 치료 특명
by성문재 기자
2013.08.07 17:30:21
인도중앙은행 총재 지명..내달 4일 취임 예정
금융위기 예측한 최연소 IMF 이코노미스트 출신
성장 둔화, 인플레, 재정·경상 적자, 환율 등이 과제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인도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세계적 석학 라구람 라잔(사진·50)을 새 중앙은행 총재로 지명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라구람 라잔은 다음 달 4일 임기가 끝나는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 중앙은행 총재의 뒤를 이어 인도 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한다. 임기는 3년이다.
인도가 보수 성향의 내부 인사를 택해온 관례를 깨고 미국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라잔 전(前)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구 11억명의 인도 경제 사령탑으로 전격 선임한 것은 파격인사다.
라잔의 선임은 인도 루피화 가치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면서 인도가 1991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은 것으로 경고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라잔은 미국 MIT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함께 지난해부터 인도 재무부 수석 경제자문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으며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를 미리 예상해 ‘닥터 둠’으로 명성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위기 원인을 사회 불평등에서 찾은 ‘폴트 라인(Fault line)’이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난 2005년부터 잠재적인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해온 라잔 총재 지명자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인도 자국 통화 ‘루피화’ 가치를 높이면서도 10년간 침체를 겪고 있는 경제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해야 할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됐다. 외국인 투자의 추가 유출을 막는 것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인도 경제는 지난 8년간 8~9% 성장했지만 최근 힘을 잃어 2013회계연도(2013년4월~2014년3월)에는 5~5.5% 정도로 반토막 수준이 될 전망이다. 달러화 대비 루피화 가치는 지난 2년간 39% 떨어졌다. 특히 최근 두 달 반만에 13% 급락하는 등 가치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달 루피화를 안정시키고 디플레이션 위험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일일 현금 투입한도를 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6일 달러화 대비 루피화 환율은 61.5루피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인도는 다른 신흥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조짐 이후 외국인 투자 유출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자한기르 아지즈 JP모건 수석 인도 이코노미스트는 “출혈(외국인 투자 유출)이 멈추지 않는다면 인도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것은 인도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심각한 경제 수렁(quagmires) 중 하나”라고 우려했다.
인도 ICICI증권의 리서치 대표 A 프라사나는 “인도는 경제성장 둔화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심각한 재정·경상 적자, 그리고 루피화 약세라는 ‘5대 중병’을 앓고 있다”며 “이는 지난 1991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1991년에 외환 위기로 시장주의에 입각한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인도의 경제학자 수르지트 발라는 “(인도가 중앙은행 총재에 라잔을 지명한 것은) 현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며 “인도 경제가 자신감을 되찾고 안정 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라잔이 가장 적합한 인물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라훌 바조리아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라잔 신임 총재가 당면한 도전은 환율을 안정시키면서 인플레이션과 싸워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며 “라잔 총재는 엄청난 지식과 국제적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