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꿈 공장'' 문화에 투자하라

by김병재 기자
2011.08.17 18:04:39

김병재의 문화칼럼

지난 주말 제천음악영화제에 갔다왔다. 영화와 음악을 주제로 한 세미나 참석차였다. 제자같은 한 후배를 만났다. 영화제측에 3개월간 임시로 고용된 스태프이다. 후배의 꿈은 영화 프로듀서. 올초 작품 하나를 끝내고 그냥 놀 수 없었다. 그래서 장차 영화기획에 도움이 될까 싶어 영화제 프로그래머 보조를 하게 됐단다. 후배의 수입은 편의점 알바생 수준이다. 이른바 88만원 세대에도 못끼는 청년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률은 4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꼴찌다. 매년 대학졸업자 15만명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거나 백수가 되고 있다. 언론의 지적대로 청년층 고용이 부진한 것은 복합적이다. 경기가 나쁘면 신규채용부터 축소하고, 회복되면 숙련도가 높은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가 첫 번째 이유다. 또 하나는 청년들의 눈이 높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대기업, 공기업에는 구름처럼 몰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쳐다도 안 본다는 것이다. 아직 배불러서…라는 일부 기성세대의 곱잖은 시선도 깔려있는 듯하다.

그게 다일까? 청년백수가 많은 이유가 숙련도 미흡과 대기업을 선호하는 눈높이 때문일까. 그렇다고 답하기엔 마음이 환하지 않다. 청년은 꿈을 꾸기 때문이다. 청년은 일자리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펼칠 그 이상의 장(場)을 갈구한다. 청년은 갈매기 ‘조나단’을 닮았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는 꿈에 도전하는 조나단 리빙스턴은 하늘을 나는 것이 단순히 먹이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꿈을 이루려는 것임을 증명해 보이려 한다. 우리 청년 또한 그러하다. 기성세대가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 앞만 보이는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경제만을 보고 달려온 부모와는 다르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거듭해서 눈높이를 낮추라고 해도 청년은 들은 척도 않는지 모른다.

문화는 청년의 꿈을 이뤄내는 보고(寶庫)다. 문화가 청년에게 꿈과 일자리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 케이블 방송사가 주최하는 오디션 프로에 몰려든 200만명의 청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최저생계비에도 불구하고 수년을 현장에서 구르는 청년들이다. 방송 프로듀서, 음반 제작자, 콘텐츠 작가, 게임 프로그래머, 애니메이터, 패션 디자이너, 모델, 배우 등을 망라한 문화 콘텐츠의 종사가 동시대 청년의 꿈이자 일이다.

문화의 판(版)을 키워야 한다. ‘문화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말이 홍보용 슬로건이 아니라면 기업은 응당 투자해야한다. ‘문화 콘텐츠산업은 청년실업 대안이자, 미래 성장산업이다’ 란 문구가 식상한 정책 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요즘 K팝이 선봉에 선 한류시장이 문화 판의 중요성을 잘 웅변해 주고 있다. 삼성이 못한 일을 K팝이 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가 나라 밖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제천영화제서 만난 후배가 유럽의 ‘성난 젊은이들(Angry Young Men)’ 처럼 거리의 폭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화 투자가 청년실업의 대책이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처럼 국민 개인에 대한 일회적인 개인복지가 아니다. 포퓰리즘은 더 더욱 아니다. 국가 미래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차원이다. 문화는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문화는 청년의 먹을거리요, 국가의 복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