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경영쇄신 '원점'..소비자 불매운동 재연되나
by김범준 기자
2021.09.01 13:44:51
홍원식 회장 "남양유업 안 판다" 계약 해제 통보
매수인 한앤코 "거래 조속 이행하라" 소송 제기
法, 홍 회장 등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국 지루한 법정 공방..남양유업 쇄신 '물거품'
"악어의 눈물 쇼" 비난 봇물..불매운동 움직임도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른바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 사태에서 촉발한 남양유업 경영쇄신 작업이 3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허탈감을 자아내고 있다. 남양유업 매각이 결국 무산되자 일부 소비자들은 “애초에 기대한 게 잘못”이라는 싸늘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시 불매운동을 해야겠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 현판.(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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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측은 1일 입장문을 통해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과 그의 일가가 남양유업 보유 지분 53%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에 사실상 매각 철회를 공식화한 것이다.
홍 회장은 앞서 남양유업의 이른바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 발표 논란으로 사회적 큰 물의를 빚자 지난 5월 4일 대국민 사과를 위한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를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사퇴하고 경영권 승계를 포기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7월30일 예정한 경영권 매각을 위한 남양유업 임시 주주총회를 홍 회장이 돌연 이달 14일로 연기하면서 계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홍 회장은 사퇴하지 않고 회장직을 버젓이 유지하며 경영을 이어갔다. 두 아들을 복직 또는 승진시키기도 했다.
이에 매수인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남양유업 회장 등 주식매매계약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날 한앤코 측의 손을 들고 매도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홍 회장은 같은 날 매매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매각 철회를 공식화했다. 결국 홍 회장과 한앤코가 남양유업 매각 건을 두고 결국 지루한 책임 공방을 벌이게 된 것이다.
| ▲홍원식(71) 남양유업 회장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지난 5월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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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누적된 남양유업 사태로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이번 빠른 매각 작업과 경영쇄신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 남양유업 매각이 무산되고 경영 정상화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남양유업과 홍 회장 등 오너가를 향한 소비자와 임직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날 매각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결국 이럴줄 알았다”, “애초에 쇼 였다”, “악어의 눈물”, “역시 남양이 남양하네”,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무시하는 막장 기업”, “다시 불매운동으로 영구 퇴출시키자” 등의 격한 반응들도 심심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도 남양유업을 외면하는 분위기다. 이날 증시에서 남양유업의 주가는 장중 2만5000원 하락(-4.42%)한 54만원(오후 1시30분 기준)을 보이고 있다.
남양유업 안팎에서는 홍 회장이 애초에 매각 의지가 있었는지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홍 회장이 쇄신을 위해 공언한 회장직 사퇴와 회사 매각 모두 지금까지 하나도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결국 논란 당시 ‘악어의 눈물’로 급한 위기를 모면한 뒤 실제 매각 추진 작업은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끌면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는 분석도 따른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홍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매각 추진에 대한 입장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이어 “남양유업을 보다 더 발전시키고 진심으로 임직원을 대해 줄 인수 후보자를 통해 경영권을 이전하는 것이 남양유업 대주주로써의 마지막 책임”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전과 같이 선언만 있을 뿐 그 시점과 방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향후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추진 계획 등이 담겨 있지 않아 결국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남양유업 제품을 받아 판매하는 대리점들은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 불매운동과 외면으로 매출 감소 등 피해가 크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