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30억 빌려 집 샀다는 A씨…탈세인가 아닌가
by신수정 기자
2020.12.16 11:38:42
대출규정 위반, 계약일 허위신고 등 불법행위
조사 완료된 577건 중, 편법증여 109건 최다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30대인 A씨는 3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매수대금 전액을 아버지로부터 빌렸다고 신고했다.국토교통부는 A씨가 의심거래를 했다고 판단,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은 차입금에 대한 세법상 적정이자(4.6%) 지급 여부 등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20대인 B씨는 18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매수자금 중 약 9억원을 저축성 보험계약 해지금으로 조달했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이 보험계약 보험금은 B씨가 미성년자이던 2010년과 2012년 당시 각각 8억원, 3억원 일시금으로 납부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B씨의 부모가 자녀에게 보험금을 편법 증여했다고 판단, 국세청에 통보해 탈세혐의 등을 확인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출범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과 한국부동산원 ‘실거래상설조사팀’이 주요 집값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실거래 기획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577건을 선별해 조사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가운데 부동산 과열지역에서 편법 증여 탈세의심 109건, 거래신고법 위반의심 76건 등 총 190건의 부동산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이번 조사는 서울 강남·송파·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그 주변지역, 경기도 광명·구·김포시 및 수원 팔달구를 대상으로 올해 6월부터 약 5개월 간 실시했다.
조사가 이뤄진 강남·송·용산권역 총 3128거래 중 편법증여 등 탈세 의심 거래는 94건(3.0%)을 차지했다. 이는 광명·구리·김포시 및 수원 팔달구의 탈세 의심거래 15건(0.34%) 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탈세 의심건은 국세청에 통보해 탈세혐의 분석 및 필요시 세금 탈루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출규정 위반 의심건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소매업 종사자인 40대 C씨는 8억원 상당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은행에서 중소기업 운전 자금 용도로 3억원을 대출받아 이 중 2억원을 매수대금에 사용해 조사대상 명단에 들었다. 국토부는 이를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으로 의심해 금융위·금감원에 통보해 대출규정 위반을 확인하고 대출금 회수 등 조치에 들어갔다.
|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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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부동산 범죄 수사를 통해 총 47건(61명)을 형사입건했고 이 중 수사가 마무리된 27건(27명)은 검찰에 송치했다. 형사입건한 47건을 유형별로 보면 위장전입을 하거나 특별공급 제도를 부당하게 이용해 아파트를 부정당첨 받은 행위가 17건(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장애인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D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 총 13명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접근했다. 그는 브로커와 공모해 이들 장애인·국가유공자의 명의를 빌려 아파트 특별공급에 청약했고 부정당첨 받은 후 전매차익을 실현했다.
또 피의자 E를 포함한 12명은 실제 거주의사가 없음에도 타 지역 고시원 업주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고시원에 위장전입했다. 이들은 해당지역 아파트에 청약해 부정 당첨됐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의심건은 지자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등기원인 허위기재 등 의심건은 경찰청에 통보해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위반여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또 특정 공인중개사들이 단체를 구성해 비회원 공인중개사와의 공동중개를 거부한 행위 12건(24명), 현수막 또는 인터넷 카페 글 게시를 통해 집값담합을 유도한 행위가 14건(12명),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부동산을 중개하거나 표시 광고한 행위 4건(5명)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신고센터로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신고건수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신고비중은 줄고 지방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집값 담합 등 부동산시장교란행위 신고건수는 처벌규정이 시행된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월평균 200건 정도로 지난 8월까지 집값담합 행위 신고는 수도권 지역(약 78%)에 편중됐지만 9월 이후 수도권 지역의 신고는 감소(약 44%)했고 부산, 대구, 울산, 경남 등을 중심으로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담합 행위의 전국적 확산에 따른 경각심 제고 등 부동산시장 불법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수상 토지정책관은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 수법이 다양해지고 지역적 범위도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전국을 대상으로 부동산시장 동향을 꼼꼼히 모니터링해 이상징후에 적기 대응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