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JP모건의 '간달프' 짐 싼 이유는

by양지윤 기자
2024.07.04 14:28:02

월가 대표 비관론자,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퇴사
최근 2년간 시장과 어긋난 투자 전략 제시
미 증시 랠리에 월가 투자은행들 줄줄이 목표치 수정
S&P 500 전망치, 5200선 이하 JP모건 유일…상향 여부 관심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해와 올해 미국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한 월가 대표 비관론자인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글로벌 시장 수석 전략가가 회사를 떠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각 투자은행들이 목표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는 시기에 짐을 쌌다. 월가에서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던 JP모건이 전략을 수정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로이터)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글로벌 시장 수석 전략가 겸 글로벌 리서치 공동 수석은 “다른 기회를 찾으려 한다”는 사내 메모를 남기며 퇴사 소식을 알렸다.

그는 월가에서 몇 안 되는 대표적인 증시 비관론자로 꼽힌다. 과거 정확한 시장 예측으로 미 언론들 사이에서 ‘간달프(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현명한 마법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블룸버그는 콜라노비치가 19년간 몸담았던 JP모건을 떠나게 된 건 최근 2년간 주식 시장에 대해 재앙적으로 어긋난 투자 전략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S&P500 지수의 2024년 말 목표 주가를 4200으로 제시한 뒤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S&P500 지수는 지난 2월 사상 첫 5000선을 돌파한 뒤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지난 3일에는 장중 5500선을 터치했다. 그의 예측이 적중하려면 S&P500 지수는 연말까지 현재보다 24% 떨어져야 하는 셈이다.

JP모건이 비관론을 고수하는 사이 월가 다른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말 S&P 500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서서히 둔화하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이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연말 S&P500 목표치를 5100→6000, 골드만삭스는 5200→5600으로, UBS는 5400→5600으로 각각 올렸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손꼽히던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 투자 전략가도 최근 내년 2분기 S&P 500 지수 목표치를 54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윌슨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올해 4분기 45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월가 일각에선 S&P500 지수가 6000선 돌파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S&P500의 연말 목표치를 4750에서 6000으로 대폭 상향했고, 투자은행 스티펠 니콜라스와 자산운용사 메인스트리트리서치도 6000선을 뚫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콜라노비치는 고용 둔화, 주택 매매 감소, 소비자 연체 증가 등에 비춰볼 때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미 증시가 엔비디아 등 몇몇 AI 관련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하라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그의 퇴사로 월가의 ‘마지막 약세론자’인 JP모건이 주가 전망을 수정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연말 S&P 500 지수 목표치를 5200 아래로 예측하는 주요 투자은행은 JP모건이 유일하다.

콜라노비치의 후임은 두브라브코 라코스부하스가 글로벌 시장 수석 전략가 자리를 이어 받는다. 글로벌 리서치 부문 총괄은 공동 책임자였던 후세인 말릭이 단독으로 맡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증시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맹신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월가에 얼마 남지 않은 비관론자들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군붙투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