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개소세 정비·소득공제 확대..소비 살아날까
by윤종성 기자
2015.08.06 13:30:33
체크카드·현금영수증 등 소득공제율 50%로 확대
대용량 가전제품· 녹용· 로열젤리 등 개소세 폐지
가구·시계·가방 등 과세 기준價 500만원으로 높여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김상윤 기자] 평소 소득공제율이 높은 체크카드를 주로 쓰는 A씨는 오래된 냉장고의 잦은 고장으로 속앓이를 하던 중이었다. 냉장고를 새로 바꿀 지 1~2년 더 쓸지 고민하던 찰나에 체크카드 공제율이 올 하반기부터 50%까지 올라간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체크카드 공제도 더 받을 겸 250만원대 신형 냉장고를 구매한 A씨는 내년 연말정산 때 체크카드 사용액이 늘어 50만원의 추가 소득공제를 받게 된다.
정부가 6일 발표한 ‘2015년 세법개정안’은 꺼져가는 ‘소비 불씨’를 되살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 이후 급감한 소비로 인해 5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이 현실화되자, 바짝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깨우는 것이 경제활력을 위한 최우선 당면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소득공제 확대와 개별소비세 정비 등 소비여건 개선을 위한 세제 개편 내용이 대거 포함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2001년 9·11테러로 인한 경기위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12년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등을 겪는 시기에 내수 진작을 위해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내린 바 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경제활력 강화”라면서 “최근 메르스 충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나 유가하락 등으로 실질구매력 개선되는 만큼 소비여건 개선을 위한 세법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체크카드·현금영수증 등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기존 30%에서 50%로 대폭 높아진다.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동안 본인이 사용한 금액이 2014년대비 늘어난 증가분에 한해서다.
현행 세법에서는 근로자가 총급여 25% 초과해 사용할 경우 사용금액의 15%(신용카드), 30%(체크카드·현금영수증)를 최대 5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해주고 있다. 예컨대 2014년 체크카드·현금영수증으로 1500만원을 소비했던 급여 5000만원의 근로자가 올해 1750만원으로 사용금액을 늘렸다면 50만원을 추가로 공제받는다.
TV와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대용량 가전제품(5%)과 녹용·로열젤리(7%), 방향용 화장품(7%) 등에 대해 부과됐던 개별소비세도 일괄 폐지된다. 소득 수준 향상 등으로 사치재로서의 성격이 악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가격을 내려 수요를 늘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가구·사진기·시계·가방·모피·융단, 보석·귀금속 등의 과세물품 기준가격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물가 상승, 소비 대중화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기준가격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세물품 기준가격은 지난 2001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조정된 뒤, 14년간 변동이 없었다.
또, 외국인이 국내에서 쌍꺼풀수술 등 미용성형 의료용역을 받을 경우 1년간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사후 환급해 주고,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적용기한도 연장하기로 했다. 6개월 이내 단순반환 물품도 관세 환급 대상에 포함시켰다.
| ▲체크카드 사용자 추가 소득공제액 예시(자료= 기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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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세법개정안이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는데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세법 개정을 통한 소비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메르스로 침체됐던 내수를 살리기 위해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에 대해 세제혜택을 늘리는 등 소비에 초점을 맞춘 세법 개정안을 만든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된 상황에서 세제 혜택만으로 당장에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언급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업자가 체크카드로 계산을 받으면 세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세법개정안을 짰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빠져 아쉽다”며 “기업의 비과세 혜택을 늘려 노동자의 실질 임금을 올리는 등 방안도 함께 나와 맞장구를 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개별소비세 과세대상 및 기준가격 조정(자료= 기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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