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꾼 통신사들, 광대역 LTE 누구 말이 맞나

by김현아 기자
2013.09.12 15:42:0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동통신 3사가 연내 기존 단말기를 쓰는 고객도 더 빠른 속도를 즐길 수 있는 광대역 LTE를 서울과 수도권에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이통사 메시지가 주파수 경매 이전과 이후에 180도 바뀐데다 어느 한 곳도 광대역 LTE 상용화 시점이나 투자 비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소비자들이 LTE-A를 지원하는 새 단말기로 바꾸면 실제 속도가 최대 150Mbps가 나오는지, 아니면 기존 단말기로도 100Mbps가 나오는지 여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 중인 LTE 통화품질 테스트 이후 확인될 전망이다.

미래부가 주파수 경매를 하기 전까지 KT(030200)는 자사가 광대역으로 서비스하게 된 1.8GHz 인접 대역의 가치는 커봤자 7000억~8000억 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9001억 원에 낙찰받은뒤엔 이 주파수의 가치는 경쟁사들이 7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며 ‘황금주파수’라 부르고 있다.

SK텔레콤(017670)과 LG유플러스(032640)도 말을 바꾸긴 마찬가지다. KT가 인접대역을 가져간다면 투자비를 최대 1조 6000억 원까지 절감할 수 있고 망 구축 시기도 도저히 못 쫓아간다고 했다가 주파수 경매 이후에는 자신들도 연내에 자사가 받은 대역에서 광대역 LTE를 서울·수도권에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광대역 LTE 망 구축 비용이나 실제 서비스 시기는 제시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KT는 이르면 9월 16일부터, SK텔레콤은 10~11월 경, LG유플러스는 그 이후 광대역 LTE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LG유플러스가 가장 늦은 이유는 이 회사는 경쟁사와 달리 무주공산인 2.6GHz대에서 망 구축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 3사 모두 소비자에게 구체적인 속도를 보장하거나 더 빨라진 속도에 맞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보다는 현란한 마케팅 용어로 혼란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KT는 아직 900MHz에서 LTE를 상용화하지 않았음에도 900MHz와 1.8GHz를 주파수집성기술(CA)로 묶어 서비스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광대역 LTE-A’라는 신조어를 써서 눈총을 받고 있다. LTE→LTE A→광대역 LTE-A로 나아가는 마케팅 용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이나 기술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 역시 ‘차세대 LTE’라는 말을 쓰면서 전국 84개 시에 구축한 LTE-A망과 연내 서울·수도권 광대역 LTE 시작을 강조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광대역 LTE가 가능한지 답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인정했듯 전국 84개시에 구축됐다는 LTE-A 망을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 역시 경매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2.6GHz 주파수의 우수성과 가장 넓은 대역폭(40MHz) 확보를 자랑하지만 광대역 LTE가 가능한 시기는 연내 서울·수도권 이라고 말할 뿐이다. 다른 주파수보다 더 촘촘히 망을 구축해야 함에도 투자비는 밝히지 않으면서 2015년 최대 300Mbps가 가능하다는 먼 미래 이야기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광대역 LTE 전쟁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더 빨라진 LTE 속도가 아니면 불가능한 게임이나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기존 단말기에서 속도가 나오는지, 새 단말기는 어떤 게 출시되는지 등을 챙겨야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