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우조선 1.6조 자본확충 연내 마무리…유일호 “추가 조치 여부 지켜봐야”

by박종오 기자
2016.10.10 12:00:00

[워싱턴(미국)=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한 1조 6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지원 필요성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8일(현지 시각)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 중인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재부 기자단과 만나 “대우조선해양(042660)에 채권은행이 출자 전환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자본 확충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사의 제임스 맥코멕 국가 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만나 구조조정 등 한국 경제의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대우조선은 현재 자본 충당이 시급한 상태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1조 2284억원에 달하는 등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어서다. 자본이 바닥나고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올해 12월 말 기준 연결재무제표를 확정하는 내년 3월 말까지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주식 상장도 폐지된다.

유 부총리는 대우조선 자본 확충 문제를 놓고 “정부가 지원을 결정한 4조 2000억원 중 남아있는 걸 우선 지원하고 그러면서 또 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우선 대우조선에 대한 최대 1조 6000억원 규모 자본확충을 올해 안으로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대우조선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유동성 4조 2000억원, 자본 확충 2조원(기존 대출금 출자 전환 1조원·유상증자 1조원)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중 작년 12월 산은과 대우조선 임직원이 참여한 414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제외한 나머지 1조 6000억원가량을 앞으로 유상증자나 출자 전환을 통해 대우조선에 수혈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애초 유상증자로 계획했던 잔액 6000억원도 채권단 협의를 거쳐 대우조선에 대출했다가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내 최대 1조 6000억원 규모 자본 확충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이 두 은행에 갚아야 할 채무를 주식(자본)으로 전환하면 부채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유 부총리는 “수주가 엉망이 돼서 참 정말 걱정”이라며 국책은행의 추가 출자 전환 필요성도 지켜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에 제공한 여신은 총 13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올해 신규 수주량은 정부가 지난 6월 추정한 62억 달러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0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1조 6000억원 출자 전환으로도 새로 쌓이는 부실을 소화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대우조선을 법정관리에 넣는 것은)경쟁력 있는 사업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어떻게 발라내느냐 하는 것 다음 얘기”라면서도 “대우조선을 유지하는 게 힘들면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이 망하면 국가에 미치는 충격파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내년 국내 경제도 구조조정 문제가 잘 처리되느냐가 우선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번 워싱턴 출장 중 불거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정책 충돌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총재가 재정 확장을 주문했다는 말에 “지금도 재정은 확장적으로 하고 있다. 더 화끈하게 하기에는 룸(여력)이 별로 없다”며 “재정적자도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는 부총리 발언이 한은에 금리 인하를 촉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재정 정책을 쓸 만큼 다 썼으니 통화도 화답해야 하나 그건 내가 할 얘기가 아니다”라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할 문제지 내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지난 6일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업무 만찬에서 이 총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그건 밝힐 수가 없다”고 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8일 외신과 인터뷰하며 한국의 기준금리가 1.25%로 다른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룸’(인하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 총재는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추가적인 통화정책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거꾸로 재정 확장을 촉구해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