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무면허 안 했다” 속여 車보험금 타낸 1400여명 적발

by노희준 기자
2016.07.05 12:00:00

금감원, 음주, 무면허 운전자 보험사기 기획조사 결과 발표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박씨(54세, 여성)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벤츠차량으로 대전시 유성구 인근 도로에 차를 몰고 나갔다. 날씨는 비가 오는 상황이었고 빗길에 박씨의 차는 미끄러지면서 도로 중앙의 중앙분리대 우측화단을 타고 올라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씨는 차량 우측이 부서진 상태에서 경찰에 발견돼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다. 하지만 보험회사에 제출한 사고확인서의 음주운전 사실여부를 묻는 질문에 ‘없음’이라 허위기재해 자기차량손해 보험금 5092만원을 타냈다.

송영상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실장이 5일 금감원 기자실에서 음주, 무면허 사고사실을 숨겨 자동차보험금을 편취한 사기혐의자 1435명(17억원)을 적발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박씨처럼 음주나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중 사고로 경찰에 적발된 후 음주, 무면허 운전 사실을 숨긴 채 자기차량손해(자차손해) 보험금 등을 타낸 사기혐의자 1435명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보험 사기혐의자 1400여명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은 17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4월말까지 경찰의 음주, 무면허 운전 적발일자와 교통사고 일자가 동일한 총 3만2146건의 보험금 지급 관련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자동차보험 약관상 음주, 무면허 운전중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자차손해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음주, 무면허 운전자가 이런 사실을 속여 보험금을 타내는 경우 지급된 자차손해 보험금 전액이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게 돼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보험사기 혐의자들은 주로 박씨처럼 고액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자차손해 보험금(315명, 6억7000만원)을 타냈고, 이 금액이 전체 편취 보험금(17억원)의 39.4%를 차지했다.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낸 사례 중에는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 수법도 있었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일으켰지만, 이후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운전자를 부인으로 통보해 자차손해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이다. 대인·대물배상시 일정금액의 사고부담금을 고의로 회피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음주, 무면허 사고시에도 대인·대물배상은 가능하지만, 대인은 200만원, 대물은 50만원의 사고부담금을 납입해야 한다. 이는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보상한 후 보험가입자에게 일정액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보험 사기혐의자들은 음주, 무면허 사고 사실을 숨기고 대인, 대물배상 보험금을 타내면서 사고분담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회사에 운전자의 음주, 무면허 운전여부를 철저히 확인토록 주의를 촉구하는 한편, 주기적인 사후 점검을 통해 편취 보험금을 조기 환수토록 요구할 것”이라며 “하반기 예정인 보험사기 조사업무 실태점검시에 음주, 무면허 관련 보험금 심사의 적정성을 중점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