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승진…후계구도 가속

by김종수 기자
2009.08.21 21:23:37

[이데일리 김종수기자]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000270) 사장이 21일 현대차 부회장으로 전격승진하며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데다 그 직위 또한 현대·기아차에서는 6명 뿐이었던 부회장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재계는 이와 관련, 정 부회장이 머지않아 그룹 경영을 총괄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함께 재계의 대표적인 3세 경영인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99년 현대차 구매이사로 입사한 이후 핵심사업부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또 지난 2005년 기아차 사장을 맡은 이래 환율 등 대내외 악재로 적자의 늪에 빠진 회사를 지난해 상반기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에 대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핵심 경쟁력 강화와 판매 극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포석"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단행돼 온 그룹 내 경영진의 세대 교체가 이번 정 부회장의 승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박정인 HMC투자증권 회장을 고문으로 물러나게 했고, 김동진 부회장을 현대모비스로 보냈다.

이어 10월에는 김용문 현대차 부회장을 다이모스 부회장으로 발령냈다. 12월에는 김익환 부회장과 조남홍 사장 등 기아차 수뇌부가 잇따라 사임했다. 그리고 현대차 최한영 사장과 이현순 사장, 기아차 정성은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외견상 재임기간이 긴 부회장들을 퇴진시키고 글로벌 불황속에서 좀 더 젊은 인재들을 전면 배치함으로써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히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화교출신이자 중국통으로 전문성이 강한 설영흥 부회장(45년생)을 제외하곤 이현순(50년생) 최한영·윤여철(이상 52년생) 이정대(55년생) 부회장 등 수뇌부를 모두 1950년생 이후 출생자로 채웠다. 
 
일각에서는 이와관련, 정의선 사장을 조만간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로 격상시키기 위한 초석 다지기가 아니냐는 전망을 내놨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지난해 `쏘울` 출시 기념식에서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과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이후 올해 6월 미국 출장길도 동행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정 부회장이 실질적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한 지분확대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의 합병 결정도 정 부회장의 경영권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사 합병을 통해 정 부회장이 현대·기아차그룹의 핵심 기업 중 하나인 현대모비스에 주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전형적인 순환구조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기아차는 현대모비스를, 현대모비스는 현대차를 지배하고 있다. 순환구조상에서 현대모비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이 없는 상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기아차 지분 1.99%가 전부다. 대신 글로비스(물류), 엠코(건설) 등 그룹의 신규 계열사 지분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양사 합병을 통해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일부 확보하게 된다. 양사가 밝힌 합병 비율을 따지면 현대차와 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와 0.67%를 보유하게 된다. 정 사장은 글로비스의 지분 31.8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