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협박 후 돈버는 사이버레커 명예훼손 230%↑…"엄벌이 답"

by백주아 기자
2024.08.05 15:35:26

명예훼손 넘어 협박·공갈까지 일삼아
지난해 구속기소 피의자 9명…전체 0.1% 수준
1심서 실형 대신 집행유예·벌금 선고 대부분
전문가들 "범죄수익 몰수 등 특별법 제정 필요"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무분별한 사생활 폭로와 협박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악성 콘텐츠 게시자, 이른바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익을 빙자해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고 무분별한 사적 제재를 통해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이들에 대해 수익 몰수·추징 및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명예훼손·모욕 범죄 발생 건수는 2만9258건으로 10년 전인 지난 2014년(8880건) 대비 229% 증가했다. 4년 전(1만5926건)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늘었다.

온라인 명예훼손·모욕 범죄가 급증한 배경에는 특정인에 대한 비하·비난 영상을 콘텐츠로 하는 이슈 유튜버인 사이버 레커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들은 남들보다 빠르게 영상을 올려야 더 많은 조회수를 선점할 수 있는 만큼 사실 확인은 미룬 채 실제 내용과 관련없는 루머나 자료 화면을 짜깁기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검찰이 파악한 사이버 레커 범행을 살펴보면 △수익 창출을 위해 허위사실을 자극적인 콘텐츠로 제작해 유포한 사례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수집해 무분별하게 공개한 사례 △유튜버 본인의 유명세를 이용해 개인의 사생활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금원을 갈취한 사례 등이 대부분이다.

(자료=대법원 사법연감)
문제는 사이버 레커들은 교묘하게 수사망을 벗어나고 재판에서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점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의자는 9명으로 전체 접수된 사건(8712명)의 0.1%에 그쳤다. 어렵게 재판에 넘겨져도 실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에서 징역형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01건,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는 219건으로 집계됐다.

오동현 민생경제연구소 공익법률지원단 변호사는 이날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온라인 사이버 레커 피해 대책 마련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을 통해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나 이에 반해 영상 업로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벌금을 웃돌아 제2의 쯔양, 장원영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원석(55·사법연수원 27기)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수익 창출과 영리 목적으로 혐오를 조장해 유명인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극심한 명예훼손과 모욕을 가하는 사이버 레커의 악성 콘텐츠 유포와 협박, 공갈 범행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범죄수익을 박탈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검찰은 단순 명예훼손, 모욕 등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 범행 여부 및 협박, 공갈 등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해 구속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벌금형 외에 징역형 등으로 처벌 수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악의적 콘텐츠 통해 올린 수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강력한 법적 제재를 통해 사이버 레커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섭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은 “허위 정보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 사이버 레커 범죄 행위에 대한 강력한 억제 효과를 제공해야 한다”며 “경제적 벌금을 부과할 경우 사이버 레커들의 경제적 동기를 차단할 수 있고 이는 피해자의 피해보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