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해체된 현존 최고(最古) 벽화 보존처리 착수

by김은비 기자
2020.06.18 12:08:01

국보 제46호 부석사 조사당 벽화
일제강점기때 석고로 보존처리해 오염 심해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사찰벽화인 국보 제46호 부석사 조사당 벽화의 보존처리에 착수한다고 18일 밝혔다.

일제강점기 때 해체된 경북 영주시 부석사 조사당 벽화 모습(사진=문화재청)
경북 영주시에 있는 부석사 조사당 벽화는 우리나라에서 화엄종을 처음 시작한 의상대사(625~702) 초상을 모신 부석사 조사당(국보 제19호)의 안쪽 벽면에 그려진 불교 회화다. 목재 골조 위에 흙벽을 만들어 다양한 안료로 채색한 그림으로, 벽화는 조사당이 건립될 당시인 1377년(고려 우왕 3년)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벽화에는 불교의 수호신인 제석천(帝釋天)과 동서남북 사방을 지키고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四天王), 제석천과 함께 부처님을 양옆에서 모시는 범천(梵天)이 6폭으로 나뉘어 그려져 있다. 벽화는 고려 시대 대표적인 벽화로 평가받고 있다.

이 벽화는 일제강점기인 1916년 쯤 조사당에서 해체·분리됐고 6폭의 벽화는 각각 벽체 뒷면 일부가 제거되고 석고로 보강돼 나무보호틀에 담겼다. 표면의 균열부위에도 석고로 보존처리 된 바 있으며, 이후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과 보장각을 거쳐 지금까지는 성보박물관에 보관·전시됐다.



현재는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보존처리 재료인 석고로 인해 백색 오염이 벽화면 전반에 발생했다. 과거 보존처리에 사용된 재료가 열화되면서 채색층의 표면과 물감층이 들떠서 벗겨진 박리(剝離)와 물감층이 긁히거나 들떠 떨어진 박락(剝落)과 표면 오염도 관찰되는 상태다. 또 벽체 분리 전부터 가로방향 균열이 발생해 일제강점기에 이를 석고로 보강했지만 현재 보강부 주변으로 추가적인 균열과 탈락이 발생하고 있어 구조적인 손상도 심화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실시한 국가지정문화재 정기조사에서 벽화의 보존처리 필요성이 제기됐고, 올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 전면 보존처리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는 지난 2일부터 벽화 표면 보양작업을 시작해 벽화 6점을 포장했고, 어제와 오늘 양일에 거쳐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운송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먼저 벽화의 상태를 정밀진단하고 비파괴 구조진단을 시행해 손상 진행 현황과 그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과거의 보수재료들을 일부 제거하고, 벽화를 재처리하기 위한 재료 연구와 보존처리를 함께 진행한다. 고려 후기 벽체의 구조와 벽화 제작기법에 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보존처리와 연구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7년간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