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세형 기자
2010.07.26 18:03:00
27일 주당 2만3850원 이상에 4.4% 매각
7월 2.85만원 이상서 후퇴..시기도 한달 가량 앞당겨져
반도체 정점 논란에 서둘러 매각 추진 해석
향후 주가 펀더멘털 vs 오버행 해소에 달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다음달 중순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하이닉스(000660) 채권단 보유 일부 지분의 블록딜이 가격이 낮아진 채 한 달 가량 앞당겨져 진행되게 됐다.
거시적으로 경기 정점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하이닉스반도체 전망 자체도 낙관론 일색에서 최근 들어 회의론이 생겨나면서 매각이 어려워 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주가는 펀더멘털에 대한 회의론과 더 이상 오버행 이슈의 없다는 수급상 호재가 대립하면서 형성해 나갈 전망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0.0% 중 4.14%(2440만6000주)에 대해 이날 증시 마감 직후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입찰이 시작됐다.
이번에 매각되는 하이닉스 지분은 국내투자자에게 물량의 70%, 해외투자자들에게 30%가 배정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할인율은 이날 종가인(2만3950원)의 0~-3%로, 27일 적어도 2만3500원 이상 제시한 곳과 블록매매가 성사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채권단이 갖고 있는 하이닉스 지분은 15.86%로 줄어들게 된다.
채권단은 당초 이달 중순께 지분 매각을 위해 시장에 태핑 작업을 했다. 당시 채권단은 2만8500원 이상을 받을 것을 희망했으나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고, 하이닉스반도체의 2분기 실적 발표와 휴가철 등을 감안할 때 내달 중순께나 다시 블록매매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시기는 한 달 가량 앞당겨지고, 가격은 17.5%(5000원) 이상 다운됐다.
최근 2분기 실적 발표뒤 낙관론 일색이던 향후 전망이 회의론도 만만치 않게 튀어 나오면서 부정적 기류가 형성된 것이 매각을 앞당기게 한 주된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지난 2분기에 조단위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지만 막상 시장 반응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그날 4% 폭락했다.
지난해초를 바닥으로 회복세를 타온 글로벌 경기가 올 하반기 더블딥은 아닐 지라도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이닉스 역시 여타 IT업체와 마찬가지로 이제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는 물론이고 국내 증권사에서도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을 내리는 곳이 속출했다. 실적 발표전에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했다면 막상 최대 분기 이익을 내자 실적 정점에 대한 우려가 탄력을 받은 것이다.
올 상반기 하이닉스 전환사채의 주관사로 나서기도 했던 RBS증권은 지난 16일 실적 발표에 앞서 하이닉스의 실적은 이미 정점을 지났다며 투자의견 `매도`와 목표가 1만9000원을 제시하면서 우려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증권사 한 펀드매니저는 "실적발표 이후 시장 뷰가 다소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이 때문에 채권단도 매각 작업을 서둘러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매각 가격이나 시기에 정해진 것은 없었다"고 전제하면서도 "매각 결정에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며 "공동매각인 데다 과반수 의견이 매각하자는 쪽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주가 전망은 엇갈리는 편이다.
펀더멘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이유로 채권단이 매각 작업을 서둘렀다는 것은 다소 부정적 요인으로 비춰질 수 있다. 가격까지 낮춰가면서 서둘러 매각하려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오버행 이슈의 해소도 만만치 않게 보고 있다. 채권단이 보유하게 되는 하이닉스 지분 15.86%는 경영권과 관련된 지분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쉽게 매물화되기 힘든 지분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초 채권단이 2만8500원에 매각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 가격대가 저항선으로 여겨져 왔고 매력을 떨어 뜨리는 요인이 돼 왔다"며 "이제 더 이상의 오버행 이슈는 없는 만큼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