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펀드스캔들-②)마켓타이밍, 왜 문제되나

by강종구 기자
2003.10.31 15:59:31

[edaily 강종구기자] 미국 뮤추얼펀드 스캔들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마켓타이밍(단기매매)과 레이트 트레이딩(장마감후거래)을 알기 위해서는 뮤추얼펀드의 주가가 결정되는 과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둘 다 펀드의 주가 또는 NAV(순자산가치)가 결정되는 시간을 이용해 차익을 내는 매매관행이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과는 달리 뮤추얼펀드의 주가는 하루에 단 한 번 결정된다.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오후 4시, 주식시장이 거래를 끝내고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내 보유종목의 종가가 결정되면 기타 현금이나 다른 보유자산 등의 가치를 정산해 펀드의 주당 순자산가치 즉 주가가 비로소 정해진다. 펀드 주식에 대한 매수주문이야 언제든 낼 수 있지만 오후 4시 이전의 주문은 그날의 종가로 체결되며 오후 4시가 넘어가서 나온 주문은 그 다음날 오후 4시에 결정되는 펀드의 주가에 따라 거래가 이루어지는 게 원칙이다. 장마감후거래란 오후4시 이후에 매수주문을 내면서도 이미 그날 정해진 펀드의 주가로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인 펀드의 주가결정방식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매매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어떤 뮤추얼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할 것을 미리 알고 있고 이 펀드의 주식을 하루 전날 종가에 매입할 수 있다면 별로 큰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뮤추얼펀드 고객들은 평생의 재테크 수단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이런 무위험 차익거래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미국 증권거래법 등 관련 법안들은 장마감후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켓타이밍 역시 펀드주식의 주가결정 시간 및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가 나오는 시간과 관련이 있지만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 다만 뮤추얼펀드 업계가 자체적으로 약관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관행이다. 마켓타이밍이 가능한 이유는 시차 때문이다. 미국 뮤추얼펀드는 미국내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도 아니라 전 세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당연히 펀드내 편입종목의 종가가 결정되는 시간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뮤추얼펀드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미국 뉴욕증시 장중에 삼성전자에 초대형 호재가 될 만한 재료가 나왔다면 다음날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동부시간 오후 4시라면 한국은 아직 한밤중인 시간이다. 미국에서 삼성전자가 포진된 펀드의 주식을 매입하고 다음날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면 그날 미국 증시에서 해당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이런 거래를 자주 하면 역시 적은 위험부담으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문제는 개인투자자 등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마켓타이밍을 할 수 없는데 펀드운용사들이 대형 헤지펀드 등 특정 고객에게만 몰래 이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일부 고객들이 펀드 주식에서 단기 차익을 얻기 위해 자주 사고 팔게 되면 즉 펀드에 가입과 환매를 반복하게 되면 펀드비용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펀드 전체의 비용을 증가시켜 다른 투자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뉴욕 검찰총장인 엘리어트 스피처는 지난달 3일 대형 헤지펀드인 카나리캐피털이 야누스캐피털 등 미국 주요 4개 펀드운용사와 결탁해 장마감후거래 및 마켓타이밍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겨왔다고 발표했다. 카나리캐피털은 4000만달러의 벌금을 내고 소송을 면했으나 이후 야누스캐피털 등에는 주주들의 집단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스캔들은 미국 뮤추얼펀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주에는 스피처 총장이 카나리캐피털과 결탁한 4개 펀드회사중 하나인 스트롱펀드의 회장을 기소할 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스트롱의 회장은 자기 계좌를 통해 펀드 주식을 사고 팔면서 부당이득을 챙겨온 혐의를 받고 있다. 스피처 총장은 이와 관련해 펀드회사 이사진이 감독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며 지배구조의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켓타이밍으로부터 자유로운 펀드회사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 펀드운용사인 피델리티를 포함해, 얼라이언스, 야누스, BOA, 뱅크원, 푸트남 등 내로라 하는 운용사들이 감독당국의 소환장을 받았거나 이미 제소됐다. 뮤추얼펀드 회사들은 감독강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정노력에 주력하는 한편 일부 고객에 의한 마켓타이밍을 감시하기가 곤란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펀드운용사, 증권사, 보험사 등 스캔들과 관련있는 금융기관 경영자들은 미국 투자회사협회(ICI)와 자주 접촉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펀드회사들은 불공정 거래관행을 없애기 위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매매조건이 허용된 고객과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또한 헤지펀드에 대한 마켓타이밍을 추가로 금지하는 한편 불공정 거래에 가담한 직원이 발견되면 해고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이 서로 다르고 시간대도 모두 달라 불공정한 마켓타이밍을 감시할 장치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행 펀드 순자산가치 결정방식에 허점이 있기 때문에 불법 거래나 부당거래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ICI 매튜 핑크 회장은 펀드에 대한 주문은 총괄적으로 처리되는 데 블특정 다수의 고객이 내는 주문 중 어떤 것이 마켓타이밍인지 일일이 알아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뮤추얼펀드그룹인 뱅가드의 창업자 존 보글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마켓타이밍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의 거래 마감시간을 오후 2시30분으로 앞당기고 펀드를 단기보유(30일 미만) 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2%정도의 환매수수료를 내도록 하자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