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DSR완화 나비효과…은행채 늘려 대출금리 올린다

by노희준 기자
2023.06.22 16:10:00

'역전세 DSR완화' 은행채 물량 증가 연결
은행채 물량 부담↑→금리↑→주담대 금리↑
LCR규제 정상화 등 앞두고 이미 금리 상승중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시장 유연화 조치 만료를 앞두고 은행채 발행 증가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역전세 지원책을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가 은행채 물량 부담을 가중시켜 대출금리를 더욱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역전세 지원을 위해 임대인 전세퇴거자금대출(임차보증금 반환용 주담대)에 대한 DSR 규제를 완화할 경우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DSR은 차주의 모든 부채(연간 원리금 상환액)를 차주의 연소득 일정 비율로 묶는 대출 한도 규제다. 현재 은행 기준에서 1억원 초과 대출자에게 DSR 40%가 적용되고 있는데, 역전세를 맞은 임대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대출을 받아 돌려주겠다며 DSR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역전세난에 따른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증가는 추가적인 은행채 발행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며 “DSR 규제완화는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곧 재원 충당을 위한 은행채 발행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말 기준으로 역전세 위험가구는 약 102만6000호로 전체 전세물량의 52%에 달한다. 역전세 위험가구 102만6000호의 가구당 평균 보증금 격차가 7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역전세 전세 금액은 72조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은행채 발행 증가는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수요보다 은행채 발행 물량이 많으면 채권 가격을 끌어내려 은행채 금리가 상승한다. 이러면 가산금리 등의 조정이 없다고 가정할 때 은행채 금리를 준거금리로 삼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연동해 띌 수 있다. 현재 은행권 가산금리는 연초부터 상생금융 차원에서 취해진 금융당국의 인하 압박으로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추가 인하 여력은 없다는 관측이다.



이미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완화된 유동성 규제(LCR, 유동성커버리지비율)가 이달말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되는 것을 앞두고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LCR은 향후 30일간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로 당초 100%에서 92.5%로 완화됐다. LCR 규제비율이 다시 올라가면 국공채, 은행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은행채 등 자금조달 수요가 많아진다.

여기에다 당국이 지난 4월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를 만기도래 물량의 기존 100%에서 125%로 상향해 지난달 은행채는 7개월만에 11조9000억원 순발행(발행액-상환액)으로 돌아섰다. 이밖에 하반기 은행채 발행 물량도 102조원에 달하는 점도 채권 시장의 물량 부담이 되는 요소다.

실제 은행채 금리는 최근 오름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4.206%로 두달 전인 4월 21일 3.901%와 비교하면 0.305%포인트(p) 뛰었다. 이를 준거금리로 삼는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상승세다.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20일) 기준으로 4.03~5.83%로 집계돼 두달 전께인 4월 18일 금리 3.64%~5.49%보다 하단이 0.39% 올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대인 전세퇴거자금대출 DSR완화책이 어느정도로 나올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다른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