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리얼돌은 수입 불가…아동 성적 대상 취급"…대법원 첫 판단

by이연호 기자
2021.11.25 13:54:46

인천세관 '수입 통관 보류'에 수입업자 소송…1,2심 수입업자 승소
대법 "직접 성행위 대상 사용..위험성·폐해 커"…파기환송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행위 도구인 속칭 ‘리얼돌’이 16세 미만 여성의 외관을 하고 있다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돼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성인 리얼돌과 달리 미성년 리얼돌의 경우 아동에 대한 잠재적 성범죄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얼돌. 사진=뉴스1.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수입업자 김모 씨가 리얼돌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9년 이후 리얼돌 수입업체들이 낸 두 차례 소송에서 리얼돌이 음란물이 아닌 성기구라고 판단하며 업체들 손을 들어준 대법원이 미성년 리얼돌에 대해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씨는 중국에서 리얼돌 1개를 수입하며 지난 2019년 9월 인천세관장에 수입 신고를 했다. 해당 리얼돌은 길이가 약 150cm, 무게가 약 17.4kg으로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과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얼굴 부분 인상도 앳되게 표현돼 있다. 인천세관장은 같은 해 10월 관세법에 따라 리얼돌 수입 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내렸고, 김 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물품을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해당 리얼돌의 크기와 인상이 16살 미만 여성에 가까워 보인다는 이유를 들어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해당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16살 미만 미성년자의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고,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해당 물품이 직접 성행위의 대상으로 사용되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필름 등 영상 형태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과 비교해 그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리얼돌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해당 물품이 나타내고 있는 인물의 외관과 신체에 대한 묘사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리얼돌을 성인으로 볼 지 미성년자로 볼 지를 두고 앞으로 수입업자와 세관 간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