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점점 예민해지는 당신…심리 방역이 필요해

by이순용 기자
2020.12.30 11:40:55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코로나19로 인한 바이러스 공포가 다가온 지 1년이 되어간다. 예전엔 황사에도 쓰기 싫었던 마스크는 이제는 나와 한 몸이 되었고, 한 공간에 여러 명이 있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외식보다는 배달을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최근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우리가 겪어야 하는 고충이 더 커지고 있다.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과 화상회의, 재택근무, 거리 두기가 일상화 되고 경제적 어려움, 좁아지는 취업 기회, 생계 위협, 감염에 대한 두려움 등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몇 달만 참자’고 다잡았던 마음이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우울증으로 바뀌고 이제는 뉴스를 보기만해도 분노가 솟는다. 그래서 생긴 말이 ‘코로나 블루’에 이은 ‘코로나 레드’이다. 코로나 레드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과 불안감이 ‘분노’로 폭발한 상태이다.

지난 9월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연구단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결과에 비해 국민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5월에 조사할 때는 불안이 62%, 분노가 11%였지만 9월 조사한 결과에서는 불안이 48%로 낮게 나왔으나 분노(25%)와 공포(15%)를 느낀다는 대답이 지난 5월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감염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경제적인 위기에까지 이르게 되자 분노의 감정이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금방 끝나겠지’라는 기대는 버리고, 점점 예민해지는 당신을 위한 심리방역이 필요할 때다.



정부에서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확진자·가족·격리자의 마음건강과 스트레스 상태를 무료로 진단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와 상담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화로 한탄하고 호소한들 그 때뿐이지 화가 쉽게 풀어지진 않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결국 본인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우선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화나는 상황이 있다면 천천히 깊게 호흡하고 다른 생각으로 전환하면서 그 상황을 혹은 분노상태를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스트레스나 화가 우리 몸에 쌓였다면 그것을 배출하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의 모든 구멍을 이용해 할 수 있는데, 제일 자주하는 것이 입으로 배출하기 즉 말하기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얘기할 수 없다면 전화를 통해 혹은 가족과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가끔 큰 소리로 노래 부르는 것도 입을 통한 배출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눈을 통한 배출, 눈물을 흘리는 방법도 있는데 힘든 일이 있을 때 실컷 울면 감정이 정리가 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부를 통해 땀을 배출하는 방법도 있다. 사람이 많지 않고 개방된 공간에서 산책, 조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집에서 명상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명상이 어렵다면 하루 5분 정도씩 멍 때리기를 하는 것도 좋다. 또한 하루 20분 이상의 독서도 마음의 안정감이나 집중력, 창의력을 더해준다. 특히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효과가 있다. TV나 휴대폰으로 뉴스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뉴스 시청시간을 줄이거나 멀리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로 인한 현실을 부정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찾는 것이 우리 심리방역의 지름길이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