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이후 이후 최악의 취업난…코로나3차 유행에 고용시장 '꽁꽁'

by한광범 기자
2020.12.16 11:37:27

통계청, 11월 고용동향…'거리두기 완화'에도 지표 부진
제조업 부진·신규채용 감소에 상용직 일자리 둔화 지속
"기업들 경기회복 불활실성에 고용확대 기대 어려워"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코로나19발 경기침체에 고용시장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던 지난달 전체 취업자 감소폭은 다소 축소됐지만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어들며 청년층의 고용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취업자 수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 연속으로 감소한 가운데 코로나19의 3차 확산에 따른 방역강화 영향으로 고용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1월 고용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2724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만3000명 감소했다. 감소폭은 3월(19만5000명) 이후 최소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9개월 연속 취업자 감소세는 이어졌다. 이는 IMF 위기 때 1998년 1월부터 1999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기간이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1.0%포인트 내린 60.7%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6.3%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은 0.3%포인트 오른 3.4%로 11월 기준 2004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1000명 증가한 96만7000명이었다. 3개월 만에 100만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11월 기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고용 3대 지표인 취업자수·고용률·실업률이 7개월 연속 부진한 것은 2009년 1~8월(8개월 연속) 이후 11년 만이다.

11월 고용동향 조사는 지난달 중순 이전에 이뤄져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10월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국면이 이어지던 시기였지만 대면서비스업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고용 회복 반등은 크지 않았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환경이 위축된 영향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반복되며 향후 경기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미루는 것도 이 같은 고용상황에 영향을 끼쳤다.

취업자 및 고용률 추이. 통계청 제공.
근로형태별로 보면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도 각각 16만2000명, 4만4000명 줄었다. 정부가 비교적 좋은 일자리로 내세운 상용근로자 증가폭의 둔화가 지속됐다. 지난달 상용근로자는 3만8000명 증가해 전달(1만4000명) 대비 증가폭을 키웠지만 3개월 연속 10만명 아래에 머물러 있다. 상용직 증가폭은 지난 1월 66만4000명을 고점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9월 들어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상용직이 많은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경기부진에 따른 신규채용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로선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생겨야 고용을 늘릴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3차 유행은 물론이고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고용 부진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의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에서도 취업자가 올해 가장 크게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만3000명이 줄었다. 도·소매업(16만6000명)과 숙박·음식업(16만1000명)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령별로 보면 ‘노인일자리’ 사업 대상인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고용 부진이 이어졌다. 특히 신규채용 축소에 따른 2030 청년층 고용 악화는 계속됐다. 취업자수는 60세 이상에서 37만2000명이 증가했지만 20대와 30대는 각각 20만9000명, 19만4000명 감소했다.

계속되는 고용 한파 속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도 크게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43만1000명 증가한 1667만5000명으로 11월 기준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그냥 쉰다는 인구는 235만3000명으로 1년 사이 21만8000명이 증가했다. 11월 기준으로는 통계 기준을 변경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구진단념자도 14만4000명 증가한 63만1000명으로 2014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가장 많았다.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하는 일시휴직자는 18만9000명이 증가한 47만4000명으로 10월 기준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더욱이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3차 유행이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고용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2차 확산에 따른 9월, 10월 고용 영향에서 11월 다시 나아지는 흐름을 보인 양상이지만, 11월 3차 확산에 따른 고용 영향이 12월과 내년 1월에 나타날 가능성이 커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용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일자리 창출 방안을 유지하고 고용시장 악화에 따른 피해계층 민생 지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당장 3차 확산에 대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경제 측면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기와 고용의 빠른 회복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