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품는 SK, 마지막 관문 남았다

by안승찬 기자
2012.02.09 15:57:02

최 회장 하이닉스 이사 선임, 대부분 기관투자자 찬성 속 시민단체는 반대
알리안츠 등 일부 기관투자자 '중립' 의견 눈길
中정부 기업결합 승인, 주총 코앞에 두고 겨우 승인

[이데일리 안승찬 안재만 기자] SK텔레콤이 하이닉스의 온전한 주인이 되려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최태원 SK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 문제다. 시민단체들은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제개혁연대, 좋은지배구조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이미 최 회장의 하이닉스(000660) 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힌 상태다.
 

▲ 최태원 SK 회장. 최 회장은 오는 13일 열리는 하이닉스 임시주주총회 신임 이사 후보로 올라 있다.

최 회장이 과거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와 계열사 간 주식거래와 관련된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고, 현재도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오는 13일 열리는 하이닉스 주총에 참석해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시민단체뿐이 아니다. 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53개의 기관투자자는 대부분 최 회장의 이사 선임을 '찬성'했지만, 일부 다른 목소리를 낸 곳도 있다.

알리안츠생명보험(지분율 0.16%)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0.558%)은 정관 변경 등 나머지 안건은 모두 찬성하면서도, 최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은 '중립' 의견을 냈다. 적어도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메트라이프생명보험(0.58%)는 의결권 불행사를 결정했고, 하이닉스 지분을 소량 보유하고 있는 외환펀드서비스(1910주)는 최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만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 3일 최 회장의 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에 대해 '중립' 의견을 냈다가, 이후 '찬성'으로 의견을 바꿨다. 우리자산운용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 변경했다"는 이유를 댔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대부분 기관투자자가 거수기처럼 찬성의 의견을 냈지만, 알리안츠 등 일부는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필수 절차인 해외 정부의 승인 문제도 마지막까지 속을 태웠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는 하이닉스 인수를 마무리하려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뿐 아니라 각국의 공정당국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실 반도체 기업 간의 결합이 아니라는 점에서 SK텔레콤(017670)의 하이닉스를 인수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유독 중국만 승인이 늦어지면서 SK텔레콤과 하이닉스는 막판까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불안해진 SK텔레콤과 하이닉스는 애초 15일로 예정했던 선포식도 미뤘다.
 
다행히도 SK텔레콤은 지난 8일 극적으로 중국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인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의 명절인 춘절 때문에 공백이 있었고, 중국 특유의 만만디(느린 행동)까지 겹쳐 승인을 늦게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3일 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등의 신임 이사 선임을 확정하고, 14일 SK텔레콤이 하이닉스 구주와 신주 대금 3조3747억원을 납입하면 하이닉스 인수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