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미 아메리카’ 5만여명이 극단 선택…우리나라는?

by이명철 기자
2023.08.11 16:56:45

美CDC “작년 자살 4.9만건…전년대비 2.6% 증가”
코로나 이후 2021년부터 자살률 증가…역대 최고치
한국은 2021년 1.3만여명 극단 선택…사망률 26%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미국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사망자의 비중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만 5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살했다. 우리나라의 고의적 자해(자살)에 의한 사망건수는 2021년 기준 1만3000여명으로 이보단 적다. 하지만 10만명당 사망률은 우리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연간 자살건수가 4만9449건으로 전년대비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CDC 대변인은 미국 인구 10만명당 연령 조정 자살률은 14.4명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살률은 2000년 10.4명에서 2018년 14.2명까지 늘었다가 이후 감소 전환해 2019년 13.9명, 2020년 13.5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2021년(14.1명)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자살률은 2000년대 이후 가장 높다. 그동안 추이를 감안하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CDC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자살률이 증가한 것에 주목했다. 2021년초에는 코로나19가 시작했던 전년에 비해 정부의 재정 지원이 많이 제거된 시기이기도 하다. 비벡 머티 CDC 의무감은 성명을 통해 “정신 건강은 우리 시대의 결정적인 공중 보건과 사회적 과제가 됐다”며 “너무 많은 사람들과 가족이 고통을 겪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연령별 자살률을 보면 65세 이상은 8.1%, 45~64세 6.6% 각각 증가했다. 젊은층인 10~24세는 8.4% 감소했다. 대부분 인종·민족 그룹에서 사망자가 증가했지만 아메리카 인디언과 알래스카 원주민 자살률은 6.1%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망 원인 통계는 통상 이듬해 8월에 발표한다. 현재 발표된 가장 최신 자료는 2021년 통계인데 당시 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1만3352명이었다. 미국에 비해 30%도 안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전체 국민수를 비교하면 자살률은 우리가 훨씬 높은 편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자살에 의한 인구 10만명 사망률은 26.0%에 달한다. 악성신생물(암·161.1%), 심장 질환(61.5%), 폐렴(44.4%), 뇌혈관 질환(44.0%)에 이어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편 미국 정부에서는 불안감과 우울증, 기타 정신 질환을 해소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보험 범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CDC를 인용해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되는 전략에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 지원, 경제적 지원 강화, 자살 치료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