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미국인들 헐값된 유럽 부동산 매입 열풍

by이현정 기자
2022.09.02 17:25:33

달러 대비 유로 가치 급락…美 집값 급등 추세
미국인들, 상대적으로 집값 저렴한 유럽 몰려
유럽 경제침체 우려↑…"당분간 추세 이어질 것"

[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유로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유럽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유럽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AFP)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강세로 구매력이 높아진 미국인들이 유럽 주요 도시에서 부동산을 헐값에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유로·달러의 환율은 유로화가 도입된 2002년 이래 처음으로 1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또 ‘글로벌 주거 지수’(Global Residential Index)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의 집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미만으로 올랐으며, 이탈리아 피렌체의 집값은 같은 기간 1.6% 하락했다. 반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샌디에이고의 집값은 같은 기간 29% 이상 치솟았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유럽 각지에서 부동산 매입에 나서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에 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래티샤 로렌은 프랑스 파리의 부동산에 오랫동안 눈독을 들이다가, 최근 센강과 샹젤리제 사이에 있는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했다. 그는 “달러 강세로 집값이 하락한 것이 중요했다”며 “올해 초 아파트를 처음 소개받았을 때보다 약 8만달러(약 1억900만원) 저렴한 값에 거래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파운드 가치도 크게 하락해, 달러로 런던 부동산을 구매할 경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은 조건”이라며 “런던 부촌인 메이페어, 첼시 등에 미국인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매물로 나온 300㎡ 넓이의 호화 아파트의 경우 거래가격이 7개월 만에 1640만달러(약 222억원)에서 1513만달러(약 205억원)까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추세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울리히 로이히트만 외환 연구 책임자는 올해 연말까지 1유로가 1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현재 수준의 환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달 23일 유로 가치가 올해 연말에 1유로 당 0.9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