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우향우' 행보 가속…"부자 증세 완화·전기차 지지 철회"(종합)
by방성훈 기자
2024.09.05 11:09:36
트럼프와 TV토론 앞두고 계속되는 '우클릭' 공약
"자본이득세 상한 28% 약속, 전기차 의무화 지지 안해"
바이든과 차별화 동시에 트럼프 견제 의도로 해석
트럼프 "극단적 진보주의" 공세에 "바이든보다 온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해 뚜렷한 ‘우향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자본이득 최고세율 인상 공약을 대폭 완화하고, 전기자동차 의무화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TV토론을 앞두고 비판 공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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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의 한 양조장에서 진행한 유세 연설에서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자본이득 세율 상한을 최고 28%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제시한 세금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부과되는 장기 자본이득 세율은 최고 23.8%다. 1년 이상 장기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얻은 이익에 대한 20%와 투자소득 이익에 대한 3.8%를 합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명목 자본이득 세율을 39.6%로 인상하고, 투자소득 세율도 기존 3.8%에서 5%로 높여 최고 세율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4.6%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했다. 투자를 장려한다는 이유로 자본이득 세율이 소득 세율에 비해 낮게 책정돼 부자들에게만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대응으로, 자본이득에도 일반소득과 거의 같은 세율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자본이득 세율을 최고 28%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투자소득 세율은 바이든 대통령의 5% 인상 방안을 유지했다. 이에 따른 최고 세율은 33%가 된다. 바이든 대통령보다 11.6%포인트 낮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정부가 투자를 장려했을 때 광범위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부유한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입장 변화로 풀이된다. 그러나 WSJ은 “자본이득 세율이 최고 33%로 낮아지더라도 197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내놓은 다른 공약들을 실현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세수를 더욱 줄이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2035년까지 전기차 판매 의무화 계획과 관련해서도 더이상 지지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203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차량 판매 비중을 100%로 높이는 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물려받은 뒤로는 전기차 의무화 정책과 관련해 명확한 발언이나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해리스 대선 캠프는 지난달 말 ‘팩트 체크’ 이메일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그는 더이상 과거의 진보적인 입장을 지지하지 않으며 헬스케어, 이민, 총기규제, 프래킹(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 등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진영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극단적 진보주의자로 묘사하며 “모든 미국인에게 전기차를 소유하도록 강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반박한 것이지만, 바이든 정부가 야심차게 시행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목표와는 상충된다. IRA는 세액 공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통해 전기차 구매를 지원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외에도 지난달 29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고 친화석연료 방향으로 돌아섰다.
미 언론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우클릭’에 대해 TV토론 전 바이든 대통령과 공약을 차별화하는 동시에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한 측근은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온건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