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청, 대중교통 열악한데 ‘승용차 요일제’ 시행 우려

by정재훈 기자
2023.03.22 14:21:06

경기북부청 직원 ''승용차요일제'' 시행 예고
차로 30분대 고양·남양주선 출근 2시간 예상
경기남부와 달리 북부권 대중교통 여건 열악
차 가져와 불법주차…에너지절감 취지 무색
道 "시범시행 후 의견듣고 검토…확정아냐"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 하면 자가용 보다 최소 2배 이상 시간이 더 걸릴텐데 걱정이네요.”

경기도 의정부시에 소재한 경기도청 북부청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승용차 요일제를 시행한다는 도 지침을 전해듣고 벌써부터 출·퇴근 걱정이 앞선다.

도 북부청이 다음달 중순께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일주일 중 하루를 자가용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승용차 요일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2006년께 범 정부차원에서 처음 도입, 공공기관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이후 민간 분야까자 확대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공공기관의 승용차 요일제를 중단했다.

하지만 지난 20일부터 대중교통 수단 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것에 발맞춰 경기도북부청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승용차 요일제 부활을 예고하자 소속 공무원들은 인접한 서울은 물론 경기남부권에 비해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여건이 턱 없이 부족한 경기북부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지침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도 북부청 다수 직원들이 청사가 소재한 의정부시 일대나 민락지구, 양주시의 고읍지구, 옥정신도시는 물론 멀게는 남양주 별내·다산신도시와 고양시의 일산신도에까지 거주하고 있지만 정작 이곳에서 북부청까지 연결되는 대중교통 수단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양주 옥정신도시에 출퇴근하는 한 직원은 “자가용 차량을 운전해 출근하면 아침 8시에 집에서 나와 교통정체가 있어도 30분 정도면 근무지에 도착하지만 버스를 타고 오면 2~3번을 갈아타는 방법이나 한참을 걸어 광역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어 최소 한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며 “일주일에 하루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실제 북부청에서 직선거리 3.7㎞ 떨어진 택지지구인 민락2지구의 송산3동행정복지센터를 기준으로 차량을 운전하면 15분이 소요되지만 버스를 타면 35분이 걸린다.

북부청과 비교적 먼거리에 있는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다산행정복지센터에선 차로 30분 걸리는 거리가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1시간15분에서 1시간40분까지 소요된다. 고양시의 일산신도시에서 그나마 의정부와 가장 가까운 백석2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차로 약 35분이면 북부청에 도착하지만 광역버스를 이용하면 배차간격이 잘 맞을 경우 1시간 그렇지 않으면 2시간까지 예상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승용차 요일제를 시행하더라도 자가용 차량을 끌고와 인근 주택가 골목에 불법 주차를 하거나 북부청 주변 유료주차장을 이용할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승용차 요일제가 직원들의 삶의 질을 낮추는 것은 물론 에너지 절감이라는 취지에도 역행하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도 관계자는 “아직 승용차 요일제를 강제로 시행하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며 “내달 중순부터 시범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전 도민을 대상으로 승용차 요일제를 시행했지만 참여율이 거의 없다시피 해 지난 2020년 말 폐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