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실패했는데…‘교과부 부활’ 교육·과학계 한목소리 반대

by신하영 기자
2022.03.23 13:16:17

인수위 인선 뒤 교육·과학부처 통합 교과부 부활론 솔솔
수월성 중시 과기부, 전인교육 추구 교육부 지향점 달라
MB 때 교과부 “화학적 통합 요원, 시너지 없었다” 비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2차 전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이대호·김지완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내 과학기술교육분과가 설치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부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계·교육계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과학과 교육은 서로 지향점이 다르고, 이미 한 번 실패했던 통합 경험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23일 과학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 부활론은 인수위원 인선과정에서 불거졌다. 인수위 내 과학기술교육분과가 설치되고 인수위원 인사에서 교육계 인사가 배제되면서 교육부 축소·폐지론과 교과부 부활론이 등장한 것. 현재 유초중고·대학·평생교육을 아우르는 교육부 기능을 이관·축소한 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합치는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인 셈이다.

과학·교육계에선 이러한 ‘교과부 부활론’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인적 인재양성을 지향하는 교육부와 수월성 연구·교육을 추구하는 과기부를 통합한다는 발상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육부는 대학입시 등 현안 위주의 정책을 펴는 반면 과기부는 장기적 안목에서 과학기술 투자를 장려하는 부처”라면서 양 부처의 지향점이 서로 충돌할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과기부는 국가 성장 동력을 좌우할 첨단기술 육성이 우선 과제다. 이에 반해 교육부는 실용교육과 교양교육의 균형을 맞추는 전인교육에 지향점으로 두고 있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을 통합한 교과부는 화학적 통합을 이루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소재 사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육부·과기부 공무원들이 통합 후 식사를 같이 하는 데에만 2~3년이 걸렸을 정도”라며 “만약 교과부가 다시 생긴다면 양 부처 공무원 간 화학적 통합이 어려웠던 MB 때의 실패를 되풀이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12년 대선 이후의 정권 교체기엔 양 부처가 다시 분리되면서 대학 산학협력 사업을 놓고 갈등을 겪은 일도 있다. 지원예산 2000억원을 넘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을 서로 가져가려다 충돌한 것. 당시 과기부는 산학협력 지원 사업이기에 당연히 연구개발을 다루는 과기부로 이관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교육부는 지방대 육성과 취업 교육이 LINC사업의 핵심인 만큼 교육부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 말까지 끝내 화학적 통합을 이루지 못했던 과기부·교육부가 다시 쪼개지면서 보여준 부처이기주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과학기술계 역시 교과부 부활에 부정적이다. 채수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MB정부 때의 교과부는 실패했다”며 “현실적으로 교육부와 과기부가 한 부처에 있을 때 시너지가 전무 했던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도 “MB정부에서 교육과 과학기술을 합쳤던 것을 성공사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도 비판적이긴 마찬가지다. 교육현안에 매몰돼 과학정책이 소홀이 다뤄질 것에 대한 우려다. 이석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회장은 “교과부 당시에는 회의 한번 열면 90% 이상은 교육현안을 논의였으며 과학정책을 다루는 시간은 10% 미만이었다”며 “과학정책을 지속 가능하게 수립할 수 없었던 구조라 교과부 부활에 찬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권한 이양과 역할 축소론에 대해서도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중고 교육을 모두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할 경우 지역별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간 교육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에 앞서 청와대와 정치권이 중요 사항을 결정하고 교육부장관은 정권 뜻에 따르라고만 하는 정치권 관행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