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지현 기자
2011.08.17 17:54:31
시민단체 “산업재해 인정부터 먼저 해야”
고용부 “현재는 예방단계..산재 인정은 별개사항”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005930) 반도체공장 근로자의 보다 강화된 안전관리를 권고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노동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알맹이가 빠진 생색내기 대책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정 국장은 17일 “기존에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한 인정이 우선돼야 하지만 그런 언급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이번에 제시된 고용노동부의 권고안은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사항에 이미 포함된 내용을 되풀이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노동부는 이날 삼성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취급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을 파악해 근로자에게 알리고 전담 산업의학전문의도 확보하는 내용의 안전관리 강화 가이드라인을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고용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안전관리 개선하라")
최 국장은 이어 "산업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떻게 강제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고 당연히 지켜야 하는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만 강화하겠다고 한다"며 실천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인권단체 `반올림`에서 상임활동가로 활동 중인 이종란 노무사도 “정작 필요한 것은 전체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보건 대책"이라며 "굳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만 따로 살펴보겠다는 건 고용부가 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약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부터 우선 들여다 본다면 이전에 발생한 산재부터 인정하는 게 수순이 아닐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 노무사는 이어 “삼성이 지난달 발표한 안전관리대책을 들여다보면 발생한 산재에 대해 지원하겠다는 게 아니라 향후 발생할 지 모를 건강 유의 사항에 대해 점검해보겠다는 내용”이라며 “삼성이 산재 은폐를 강화해 나가는 모양을 취하고 있는데도 이것을 오히려 고용부가 지켜보겠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취급화학물질의 독성을 파악해 다른 물질로 대체하도록 하는 것은 삼성뿐만 아니라 전 사업장에 도입돼야 하는 당연한 얘기"라며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권고안도 좋은 내용이지만, 더 필요한 건 관련 법 정비가 먼저 돼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관리를 강화하도록 주문할 필요가 있어 개별기업에 대한 행정지도에 나선 것”이라며 “특히 이번엔 예방대책이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행정지도라고 하더라도 기업체가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불이익이 가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기업들이 잘 따라왔고 삼성도 잘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