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면…盧정부 친기업 행보 `원칙이 없다`

by문주용 기자
2007.02.06 17:51:10

사면시기, 특정인 배려 의구심…대상자 기준도 안밝혀
공정거래법 추가완화 이어 상법개정도 재계 요구에 밀려
소비자, 주주, 노동자 이익도 고려한 정책되어야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임기 마지막해인 참여정부의 최근 친기업적 행보가 눈길을 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더욱 완화해주고,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복권도 사실상 결정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아래 기업인의 기를 살리려는 뜻이다. 하지만 임기 마지막해에 이처럼 묵은 요구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노력이 지나쳐 `원칙을 잃고 있다`는 평가를 살 수 있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 윤승용 대변인은 6일 "오는 9일 한명숙 총리가 주재하는 임시 각의에서 사면복권을 의결하고 시행은 12일로 할 예정"이라고 사면복권 결정을 확인했다.

윤 대변인은 "이번 사면복권은 경제인이 주 대상이 될 것"이라며 "IMF 외환위기 10주년을 맞아 본의 아니게 고생한 경제인들, 공적 자금 투입과 관련해 사법처리를 맞았던 경제인들을 이번 기회에 처리하고 간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면 시기. 취임 4주년인 오는 25일도 아니고, 국경일인 3·1절에 맞춘 것도 아니다.

윤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순방 일정(11~17일)이 중간에 있어, 취임4년 즈음에 맞춰서 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이 있었고, 또 이왕할 거면 설 명절을 감안해서 사면대상자가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인도적 차원도 감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면복권에 관한 실무적인 준비작업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가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 순방일정을 연결시키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 또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인도적 차원과 연결, `좋은 게 좋다`는 논리는 사면권의 엄격성이라는 원칙에 비춰볼 때 무리가 따른다.

지난 2일 윤 대변인은 "대한민국 사면복권사상 특정인 문제(박용성 前두산회장의 IOC활동)를 빌미삼아 사면 복권 시기를 결정한 적이 없다"며 사면권의 원칙을 강조한 바 있는데, 이와도 배치되는 인상이다.

청와대가 사면 원칙이나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윤 대변인이 "분식회계로 인한 기업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기업인 등이 그동안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지난연말 재계가 성탄절 특사로 요구했던 정치자금법 기업인 8명, 분식회계및 기타 법 위반자 51명이 모두 사면복권 대상자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여론은 여론대로, 부당한 사면복권 대상자가 끼어있는지를 가려낼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완화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기업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이긴 하지만 절차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당초 12월18일 입법 예고 당시에는 출총제라는 사전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사후규제로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의 상설화, 봉인조치권 등을 도입키로 해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지난 1일 차관회의에 이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사후규제를 쏙 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의결된 것.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연일 재계의 요구에 따라 후퇴를 거듭 하고 있다. 지난 5일 법무부가 주관한 상법쟁점조정위원회가 이중대표소송제와 회사기회유용금지, 집행임원제 등 3대 쟁점 조항에 대해 당초 개정안보다 완화한 것을 내용으로 한 최종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중소송의 요건을 강화해 남소를 예방했고, 회사 사업기회의 판단기준을 제시해 회사기회유용금지 규정의 모호함을 해소했다. 집행임원제 도입은 이견이 없어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계가 대놓고 반발하자,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이 이날 경제 5단체장과 취임 상견례를 겸한 간담회에서 "법무부가 추진중인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재계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무마하려했다. 
 

참여정부의 기업정책이 친기업적으로 선회한 것은 지난해말 노무현 대통령이 대중소기업 상생 보고회에서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난 정책은 하지 않을 것이며 기업경영환경의 어려움을 없애도록 최대한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투자심리를 풀고 투자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년 연설에서도 기업 경쟁력이 핵심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친기업적 정책으로 선회하는 방침은 환영할 만하다. 진작 취했어야 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관련 정책에도 `원칙있는 선회`여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기업외에 다른 관계자와의 형평성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 소비자등을 고려 하고, 대기업 오너에 대해서는 경영자, 노동자, 주주, 소비자 등의 이익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재계의 일방적 주장만 수용했다가 노동자, 소비자, 시민단체의 반발을 부르고, 또다른 사회갈등의 불씨가 되도록 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따뜻한 법집행이라도, 법의 형평성과 원칙을 잃지 않는 모습이라야, 친기업 정책에 대한 비용도 최소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