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야권 압승에 금융권, 정책 '대수술' 촉각
by정병묵 기자
2024.04.11 11:42:19
범 야권 3분의 2 가까이 획득…'식물 여당' 불가피
野, 부동산PF 부실 정리 방침…與 자율구조조정 충돌
횡재세법, 취약차주 이자부담 완화 등 추진 예상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161석·비례대표 14석으로 도합 175석,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도 12석을 얻으며 범야권이 재적의원 3분의 2에 가까운 187석을 차지했다. 야권이 막대한 의석을 확보하면서 앞으로 금융 정책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 태영건설의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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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이번 총선 결과가 정책 추진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해 비공식으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가장 먼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부실 사태 정리 방향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더욱 과감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각종 금융지원 등을 통해 건설사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장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유동성 공급이 아닌 부실 정리로 방향을 잡아 옥석을 가리는 게 게 맞는다는 견해다.
홍콩 H지수 주식연계증권(ELS) 배상 처리 수위도 관건이다. 현재 은행권이 당국의 배상안을 기준으로 자율배상을 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따라 배상 수위가 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 여소야대 지형도에서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각종 법안도 여권의 입김이 들어갈 수 없게 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내건 은행 ‘횡재세법(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은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횡재세는 은행의 순이자이익이 직전 5년 평균치의 120%보다 많으면 초과분의 최대 40%를 정부가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 정부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2조원 규모의 상생 금융 지원금을 내는 수준에서 정리했다.
이 밖에 민주당은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 완화, 소상공인 지원 정책자금 확대하는 등 현 정부의 서민 지원책을 더 확대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가산금리 산정 시 금융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고 있는 항목을 제외해 대출상품의 금리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 부당하다고 지목된 항목은 교육세와 기금출연료 등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의 주기적 고지를 의무화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은행이 반기별로 1회 이상 대출자에 대한 신용상태 개선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게는 관련 내용을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선 전 민주당이 4월 위기설을 말하면서 ‘구조조정을 하고 위기관리도 해야 하는데 총선 앞두고 미루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바로 이 부분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특히 최근 연체율이 많이 올라간 건 사실인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연체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 정부와 야당 간 의견이 갈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야권이 막대한 의석수를 바탕으로 금융 정책 추진에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거시적으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돌게 하는 정책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이자 감면이 사실상 이뤄지고 있고 소상공인 지원책도 원만하게 이뤄지는 편”이라며 “여기서 더 감면해 준다고 해서 피부로 느끼기도 어렵고 이대로라면 성장도 물가도 잡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경제가 관광으로만 먹고 사는 그리스를 닮아 가고 있는데 국민에게 돈을 퍼주는 방식보다는 부실 사업 구조조정 등 통해 돈이 돌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