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폭로도 불가능해진다…윤상현 '대화녹음 금지법' 파장

by한광범 기자
2022.08.22 14:30:00

''허락없는 대화 녹음 불법'' 통비법 개정안 대표발의
범죄 피해자 폭로 위축 우려…김건희 녹취도 불법化
위반시 최대 징역 10년…윤상현 "사생활 자유 중요"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상대방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을 금지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화통화 녹취 등이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실제 입법이 될 경우 녹음만으로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국회사진기자단)
2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윤 의원은 지난 18일 동의 없는 대화의 녹음을 금지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박덕흠·김선교·박대수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 대화’에 대해서만 녹음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즉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남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면 불법이 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타인간 대화’에 한정한 금지 대상을 ‘대화 상대방’까지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가 녹음했더라도 상대방의 동의가 없다면 모두 ‘불법 녹음’으로 규정된다.

윤 의원 등은 개정안 제안이유에 대해 “(현행 법은)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개정안이 입법이 될 경우 상대방이 녹음에 대한 명확한 동의가 있지 않을 경우 대화나 통화 녹음은 불법이 된다. 소송이나 재판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녹음 당사자가 징역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이 실행되면 대선 기간 중 공개돼 거센 파장을 일으켰던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 파문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 녹음이나 대화 내용을 공개한 당사자 모두 처벌을 받게 된다. 통화를 주고받고 이를 녹음했던 기자는 물론, 녹음파일을 전달받아 이를 보도한 기자 역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의 경우도 소송 등에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가령 직장 상사의 갑질 폭로로 피해를 직원이 상사의 폭언을 상사 동의 없이 녹음한 경우 녹음 자체로 모두 불법 행위다. 관련 재판이 진행될 경우 위법수집증거가 돼 증거로 인정되지 못한다. 위법수집증거 법칙은 해당 위법수집증거는 물론 해당 증거로 파생한 2차 증거 역시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 대화를 몰래 녹음한 당사자는 징역형의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위반 시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처벌이 엄격하다. 따로 규정돼 있지 않은 벌금형은 애초 선고가 불가능하다. 현재는 감청이나 동의받지 않은 제3자의 녹음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돼 있으나, 윤 의원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허가받지 않은 대화 당사자까지 처벌 대상이 확대된다.

표현의 자유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실제 입법이 될 경우 성희롱, 갑질 등의 증거 확보는 어려워지고 가해자들이 녹음을 이유로 역공에 나설 수 있다”며 “피해 폭로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 위험성이 큰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 발의가 과거 대화 녹음 파일 공개로 곤욕을 치렀던 윤 의원의 과거 행적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친박근혜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은 2016년 2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비박계였던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를 주고받은 녹음파일이 공개돼 거센 논란을 야기했다.

윤 의원은 해당 논란 등으로 2020년 총선에서 공천 배제됐다가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녹음파일은 윤 의원이 제3자와 전화통화하는 내용을 사무실에 있던 제3자가 몰래 녹음한 내용이었다. 사무실에서 윤 의원 통화를 녹음하고 이를 지인에게 전달한 해당 여성은 결국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