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개 최빈국, 올해 갚아야 할 빚만 41조원… "연쇄 디폴트 위험↑"
by고준혁 기자
2022.01.18 14:24:46
세계은행 집계, 작년 대비 약 13조원(45%) 급증
G20의 부채 유예 만료에 주요국 금리 인상 영향
"무질서한 채무 불이행 위험 증가 의미"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가장 회복이 어려운 최빈국들은 올해 더 큰 늪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갚아야 할 빚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부채를 유예해 주는 등 국제기구의 구제책이 종료된 가운데, 선진국의 금리 인상으로 채무 비용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세계은행이 집계한 74개 최빈국의 공공과 민간 부문을 모두 합친 올해 갚아야 할 채무 규모는 약 350억달러(약 41조원)다. 작년에 비해 약 109억달러(약 13조원, 45%)가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예됐던 부채 상환이 재개된데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면서 이자비용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주요 20개국(G20)은 2020년 4월 코로나19로 곤경에 처한 저소득국의 채무상환을 작년 6월까지 유예하는 ‘채무 원리금 상환 유예 이니셔티브’(DSSI)를 출범시켰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지속되자 G20은 유예기간을 작년 말가지 연장했고, 올해 유예 기간이 종료돼 빈국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올해 들어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거란 전망에, 브라질과 러시아 등 주요 개발도상국은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렸다. 그러나 최빈국들의 금리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외국인 자금 유출이 심해지면서 자금 조달 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빈국이 만기가 다 된 채무를 갚기 위해 새롭게 빚을 내려고 해도, 이전보다 큰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최빈국의 빚은 원체 많다. 금융산업협회 국제금융연구소 데이터에 따르면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의 정부와 기업은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약 3000억달러씩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2019년보다 3분의 1 이상 증가한 수치다. 레베카 그린스펀 유엔 무역개발회의 사무총장은 “개발도상국의 재정 여유가 계속 줄고 부채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이라며 “우리는 개발도상국의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개발도상국의 연쇄 부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지난주 스리랑카의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하며 국채 등급을 강등했다. 투자자들이 가나와 엘살바도르, 튀니지 등에 대해서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맬퍼스 세계은행 총재는 “채권 재상환이 다가오는 것은 무질서한 채무 불이행 위험이 증가하고 있단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G20은 DSSI를 대체할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빈곤국들이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존 채무자의 동의하에 같은 규모의 빚을 민간 시장으로부터 빌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방법인데, 이는 되레 민간시장에서 낙오될 우려가 있다. FT는 현재 차드와 에티오피아, 잠비아 등이 이같은 방식을 요청했지만, 진전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린스펀 사무총장은 “우리는 자본시장에 대놓고 공개적으로 채무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며 “민간 자본시장이 이를 안 좋게 보기 때문에, 최빈국으로선 이같은 방법을 선택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