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 백지화 후폭풍…책임전가에 은폐의혹까지
by박진환 기자
2017.06.22 10:58:45
KB증권의 롯데컨소시엄 탈퇴 등으로 사업추진 불가능
대전도시公, 사업자인 롯데컨소시엄에 협약 해지 통보
대전시·대전도시公·롯데 등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
지역 NGO·정치권 "책임자 처벌과 함께 진상조사" 요구
대전시 무책임·밀실행정 성토…대전시 "사...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 북부권의 광역 대중교통 핵심시설인 ‘유성 광역복합환승센터(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이 무산되면서 후 폭풍이 거세다. 지난해부터 주관 사업자인 롯데가 사업이행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 1년 넘게 지속됐고, 결국 컨소시엄마저 깨졌지만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특히 대전도시공사가 사업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상황에서도 시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한달 넘게 은폐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유성 광역복합환승센터(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은 대전 유성구 구암동 3만 2747㎡ 부지에 총사업비 2790여억원을 투입해 시외·고속버스터미널, 복합쇼핑몰,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을 갖춘 복합환승센터(건물면적 15만 40769㎡)를 건립하는 게 골자다.
현재 대전 북부권의 광역대중교통을 책임지는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은 유성 원도심에 각각 2개로 분리 운영되고 있고, 이마저도 장소가 협소하고 시설이 노후화돼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전과 세종을 잇는 광역 BRT(간선급행버스체계) 환승센터 건립과 유성구보건소의 신축 이전 등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돼 왔다. 대전시는 유성 일원에 복합터미널을 조성키로 하고, 지난 10여년간 민간사업자 유치를 위해 수차례 공모를 진행했다.
결국 3차례에 걸친 공모 끝에 2013년 롯데건설과 현대증권(현 KB증권), 계룡건설 등 3개사로 구성된 롯데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2014년 1월 본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롯데컨소시엄이 협약체결 기한인 2013년 12월 27일에 맞춰 사업협약서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장기간 법적 공방에 시간을 허비하는 우를 범했다.
당시 대전도시공사는 협약서 제출 시한을 연장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후순위협상대상자인 지산D&C 컨소시엄은 기한을 넘긴 협약체결은 ‘무효’라며 대전도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2년 가까이 법적 공방이 계속됐고,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대전도시공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안은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소송이 길어지는 사이 일대 땅값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금리마저 오르자 롯데컨소시엄의 자금부분을 담당하기로 한 KB증권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컨소시엄을 탈퇴해 사업은 무기한 연기됐다.
대전도시공사는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정상 추진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대책회의를 주관했지만 롯데 측은 각종 행정 인허가에 필요한 설계도면조차 제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대전도시공사는 지난달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올 하반기 착공 예정이었던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은 백지화됐고,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사업자 재선정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대전시의 오랜 숙원인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이 또 다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업 재추진을 위해 대전시와 대전 유성구, 대전도시공사 등 관련기관이 합동T/F를 구성해 향후 대책을 총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책임자 처벌은 물론 정확한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시는 유성복합터미널의 민간사업자 재공모와 함께 기반시설에 대한 선투자 및 토지보상 절차를 우선 밟기로 했다.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은 재정투자로 전환하고, 실시인가를 위한 각종 평가, 타당성 조사 등 각종 행정절차 이행을 통해 사업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대전도시공사도 다음달까지 감정평가를 마무리한 뒤 토지주에 대한 보상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전 유성구와 대전시의회,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 사업이 무산된 데 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시의회 조원휘 의원은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무산은 무책임의 3박자가 빚어낸 것”이라며 “행정실수로 2년 간의 소송을 벌이게 하고, 계약해지에까지 이르게 만든 대전도시공사,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한 대전시, 대기업으로서 기업윤리 의식을 망각한 롯데컨소시엄은 법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대윤 의원도 “결과적으로 2014년 대전도시공사가 잘못 체결한 계약 때문에 3년의 시간이 흘러갔고, 이후 지가가 상승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 것”이라며 “도시공사의 사업 추진이 치밀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과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업 무산은 정당화될 수 없다. 35만 유성구민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며 대전시를 맹비난했다.
대전시는 사업무산의 1차적인 책임은 롯데컨소시엄에 있다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컨소시엄 구성원인 재무투자자의 탈퇴와 설계도면 미제출 등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촉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전시나 대전도시공사의 업무해태나 상황판단 잘못 등이 없었는지도 따져볼 것이며, 앞으로 정확한 실태확인과 조사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지만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고 해명했다.
| 권선택 대전시장이 21일 대전시청 브리핑룸에서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무산에 대해 대전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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