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의 트렌드읽기] 여자, 그리고 핸드백
by박병철 기자
2012.08.22 18:26:30
[이데일리 박병철 칼럼니스트] 최근 2년 동안 핸드백 시장을 집중해서 볼 기회가 많았다.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은 여성의 핸드백이 여타의 다른 패션 제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의 제품이라는 것이다.
의류 등 타 패션상품과 제조 측면을 비교해 보더라도 장인의 영역이 강하다는 점 역시 여성용 가방의 독특한 부분이다. 실례로 작년 일러스트레이터 한 분과 제작한 핸드백을 여성 팬에게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나만의 핸드백`을 받고 기뻐하는 고객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가방이 여성으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가 이해되는 목격담(?)이다.
이렇듯 여성에게 핸드백은 단순한 `소품`이 아닌 `무엇`인 셈이다.
얼마 전 수선을 담당하는 부서장으로부터 20년 전 판매된 핸드백의 수선 요청이 접수됐다는 내용을 전해들었다. 고객이 아끼는 핸드백이라 꼼꼼한 요구 사항이 따랐다고 했다. 상당히 세밀한 작업이 요구돼 수선이 어려웠다는 점, 하지만 잘 마무리됐다는 얘기도 전달 받았다.
최근들어서는 10~12년 된 제품을 수선하는 일도 드물 뿐더러 스무살 된 핸드백 수선 요청 역시 특이 상황이어서 수선 제품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20년 전 제품이지만 작년에 유행한 스트랩(strap:가죽·천 등으로 된) 길이 조정이 가능한 사각형 디자인의 정장 차림에 잘 어울릴만한 핸드백이었다. 수선된 장식 부분을 제외한 핸드백 바디는 잘 관리가 되어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수선을 요청한 고객이 30대 여성이라는 점이다. 어머니께 물려 받아 본인이 직접 사용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지는 않았지만 대를 이어 사용하면서도 잘 관리된 백을 보면서 제품을 잘 알고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멋진 성품의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10여년 전 함께 일했던 유명 패션리더를 보더라도 그렇다. 미국에서 막 도착한 그의 손에 들린 3개의 여행용 가방은 이름만 들으면 다 안다는 소위 ‘명품’이었다. 참 멋져 보인다는 말에 그는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나에게 물려주신 가방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여자에게 핸드백이란 무엇일까. 항상 새로워야 하고, 드라마 속 스타들이 착용하는 이른 바 ‘잇백’(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그 핸드백이라는 패션용어)이어야 할까. 아니면 오래 되었지만 잘 관리된 또는 물려 받은 백인가.
유명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이렇게 말한다.
그에 따르면 “남자들은 여자 핸드백을 여자 특유의 잡동사니를 넣고 다니는 주머니 정도로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오해다. 여자가 생각하는 핸드백이란 여자의 마음 그리고 육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핸드백은 나의 인생에 대한 정열의 증거이고 그러므로 선택에 열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과거 지역별 브랜드 사용 조사 결과를 보면 특정 지역의 명품 사용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지나친 명품 편중이 해소되고 패션이 전국적으로 ‘더 멋스러워’지는 모습이다. 패션 속에서 발견되어지는 핸드백들도 더 다양해지는 추세다.
명품 일색이었던 것이 ‘대중명품(Affordable Luxury)’들로 더 풍성해지고 있는 것이 나름의 진화를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드레스에 한 점 꽃을 다는 마음으로 핸드백을 고른다는 ‘시오노 나나미’처럼 여성들의 선택이 ‘잇백(it bag)’이 아닌 멋진 나를 위해 표현 되어지는 ‘마이백(my bag)’이 되기를 바라본다. 핸드백은 ‘마음’이자 육체의 ‘일부’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