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色도시 서울!)③문화도시 "디자인을 입다"

by온혜선 기자
2009.10.28 16:28:16

한강공원 등 서울 곳곳이 `변신중`
디자인 기반으로 문화공간 조성
보여주기식 전시행정 비판도 나와

[이데일리 온혜선기자] 서울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삭막하고 여유가 없는 도시생활에 지친 서울시민에게 삶의 휴식처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문화`를 시정의 핵심 코드로 삼았다. 
 
그 결과 한강공원은 콘크리트를 벗고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생태공원, 가족형 테마공원 등으로 다시 태어났다. 도시 곳곳에는 사라졌던 유적과 유물이 복원됐다. 디자인을 입은 거리의 가로등과 벤치, 이정표는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 
 
서울시는 각종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서울이 세계적인 명품도시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한꺼번에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면서 과도한 예산을 투입해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은 부담스럽다.
 
민주당 김희철의원은 2009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겉만 번지르한 전시성 행정을 펼쳐 서울시민을 빚쟁이로 전락시키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의 3대 축은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서울의 거리를 디자인하는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 ▲서울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 프로젝트 등이다.
 
이 중 가장 주목 받는 것이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6년 시장에 출마하면서 화두로 꺼내든 카드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한강변 공원 특화사업과 한강변 주변 아파트 정비 사업으로 나눠진다. 한강변 공원 특화사업은 반포·여의도·난지·뚝섬(1단계)과 이촌·양화·잠실(2단계)을 각 지역별 특성에 맞게 문화, 레저 공간으로 정비하는 게 핵심 포인트다.
 
지난 4월과 9월에 마무리된 1단계 공사는 단순 조깅과 자전거만 즐길 수 있었던 한강 주변공간을 다양한 문화와 레저를 즐기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후 한강변을 시민들의 문화·레저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지난 9월 재개장한 여의도 한강공원은 물빛 광장, 수변 산책로, 수상 무대인 플로팅 스테이지로 꾸며져 시민들에게 다양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2010년 요트 마리나 공사가 마무리되면 여의도 한강공원은 호주의 시드니에 버금가는 수변 레저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갈대숲으로 유명했던 난지도 역시 난지공원으로 정비되면서 국내 최대의 생태 학습장으로 거듭난 상태다. 뚝섬한강공원 역시 콘크리트 도로와 바싹 마른 잔디를 걷어내고 야외공원과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수변공원으로 바꿔 시민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의 또 다른 관점 포인트는 한강변 주변 아파트 정비, 즉 한강공공성 회복 프로젝트다. 병풍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노후 아파트의 초고층 건립을 허용하는 대신 25~30% 땅을 기부채납(무상 제공) 받아 공원이나 휴게시설 등 공공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 서울시 한강공공성 회복 선언에 따라 한강변 노후 재건축에 대한 초고층 개발을 허용하는 대신 25%의 기부채납을 공원이나 휴식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위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성수지구, 이촌지구, 여의도지구, 압구정지구 개발 구상안


각종 규제로 재건축이 어려웠던 한강변 노후 아파트는 초고층 재건축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서울시 입장에선 한강변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면서 시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쌍방간의 `윈-윈 정책`이란 게 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여의도와 압구정, 성수, 합정, 이촌 등 5곳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한강공공성 회복 프로젝트에 따라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한강변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면서 생긴 부동산 가격 폭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나친 보여주기식 정비 역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실례로 반포대교에 설치한 달빛 무지개 분수의 경우 다리를 세련되게 만들었지만 과연 서울시민에게 필요한 시설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강 주변이 깔끔해지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한강 공원의 핵심은 시민들의 접근성인데, 여전히 한강공원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은 미흡하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도시 디자인을 바꾸는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비좁은 도로와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와 빌딩의 무채색 서울로서는 영국의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와 같은 자기 색깔을 뚜렷하게 내는 도시와 경쟁을 벌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오 시장은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로는 드물게 서울 디자인 정책을 총괄하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부시장급)를 신설했다.

▲ 서울시는 시내 10곳을 디자인거리로 지정해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능동로 디자인거리 조감도

디자인서울 총괄본부는 1차 사업으로 서울의 하드웨어부터 바꿔나갔다. 광고물 정비, 가로 경관 및 보도 환경 개선, 도시경관 관리에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서울시 각 본부, 각 구청에 분산돼 있던 도시 디자인 관련 업무를 총괄 지휘토록 했다. 

여기에 시민들이 걷고 싶어하는 거리다운 거리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내 10곳에 디자인거리를 조성했다. 디자인거리에는 보행에 지장을 주는 공공시설물을 최소화하고 경관을 망치는 전깃줄을 땅속에 묻는 등 보행자 위주로 꾸몄다.
보도블록·가로등·벤치·휴지통·화분대·공중전화 부스·안내판 같은 모든 공공 시설물 중 과잉 시설물을 없애고 과도한 디자인과 색채를 지양해 정돈되고 조화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디자인거리는 각 구청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부상하면서 서울시내 거리정비의 롤 모델로 자리 잡은 상태다.

2차 사업은 디자인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11년까지 마포, 강남, 구로, 동대문을 디자인 산업 4대 거점 지역으로 지정하고, 디자인을 기반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디자인 산업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대문에 디자인플라자를 짓고 있다.

여기에 매년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가가 참여하는 서울디자인 올림픽을 개최해 디자인 도시로서 서울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문화도시 서울의 입지를 다지는 데 있어 옛 서울 모습 살리기는 또 다른 한축이다. 이 사업의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남산을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시민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남산 르네상스 사업이다.

서울시는 남산의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옛 중앙정보부 건물을 철거하고, 서울 성곽의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아가 녹지 공간 회복을 위해 종묘와 남산을 연결하는 세운 녹지축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 같은 디자인, 문화사업의 방향성이 맞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즉 저소득층 지원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레저, 문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전시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 서울성곽이 복원된 후 남산 예상 조감도